어제 보도였습니다. 하루에 우유를 3잔 이상 섭취하면, 심장병 등으로 인한 사망위험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화제를 낳았지요. 화제만 낳았나요? 혼란도 초래했습니다. 소비자들과 일부 네티즌들은 우유을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그렇다면 지금까지 하루 3잔 우유를 먹었거나 이보다 더 먹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쳇말로 대략 난감한 분위기를 연출했지요.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칼 마이클슨 교수팀은 지난 20년 간 여성 6만1000명과 11년 간 남성 4만5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우유를 하루에 3잔(680㎖) 이상 마시는 사람은 심장병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그보다 적게 마시는 사람에 비해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뿐 만 아니라 연구팀은 우유를 많이 마시는 여성들이 골절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전했지요.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혼란입니다.
그래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를 취재해봤습니다. 물론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우유를 많이 마셔서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올 것을 가정 하에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입장은 완곡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또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그들 말에 따르면 우유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무기질 등 114가지 영양소를 함유해 대표 건강식품으로 불리고 있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장발육, 비만예방, 중·장년층의 뼈 건강 등을 위해 많은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클슨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를 의심하던군요. 그러면서 우유는 정말 인체에 해로운 식품일까 반문했습니다.
먼저 마이클슨 교수의 연구진은 사망원인에 있어 다양한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나친 우유 섭취보다 흡연이나 음주, 과체중 등이 건강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사망원인을 우유 섭취로 단정 지은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또 연구진이 언급한 하루 우유 섭취량은 한국인의 우유 음용실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어, 식품 섭취 방식을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관련학계 교수들도 한 몫 거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는 “우리나라의 일일우유섭취 기준은 200㎖이지만 현실은 77㎖에 불과하다”며 “매일 우유 한잔 정도도 마시지 않는 나라에서 우유 3잔 이상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주 교수는 “단, 스웨덴은 우유 및 유제품 이외에도 육류소비 등 동물성 지방의 섭취가 많기 때문에, 하루에 우유를 3잔 이하로 마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인제대학교부속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 역시 “우유 680㎖은 지나치게 많은 양이기 때문에 평소 우유 섭취가 적은 한국인들에게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적당량을 지켜서 음용하면 건강에 오히려 이롭다는 얘기로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유가 건강에 해롭다는 식의 보도는 왜 끊임없이 터져 나올까요? 우유단체와 관련학계에서는 우유에 대한 부정세력의 근원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채식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해서 우유에 대해 안 좋은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는 추정을 해볼 뿐이라고 합니다. 채식주의자들이 들으면 한바탕 놀랄 일이네요.
이유야 어찌됐든, 초등학교 시절 우유급식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담임선생은 한 달에 한번 우유값을 걷으셨지요. 당시에는 우유값이 없어 그 우유급식마저 못 먹는 친구들도 많았지요. 그게 안타까웠던지 담임선생께서는 사비로 반 친구들 절반 정도의 우유급식비를 내준 적이 있었던 기억도 이번일을 통해 기억해 냈습니다.
어렸을적부터 먹고 자랐던 식품이 언젠가부터 부정적 이슈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유에 진실공방이라는 주제로 건강에 좋나, 나쁘나를 따지고 드는 것인데요. 그간 완전식품이라고 불렸던 것만큼 부작용에 대한 문제도 한번 정도는 짚고 넘어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완전한 게 어딨겠습니까.
잡을 수도 그렇다고 놓을 수도 없을 때 이를 함축하는 말을 ‘뜨거운 감자’라고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우유를 놓고 보면 공교롭게도 먹을 수도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는 ‘뜨거운 우유’가 된 듯 합니다.
소비자들이 건강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우유의 음용 기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