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비스페놀A 프리 제품도 믿을 수 없다, 소비자 불안 가중

[쿡기자의 건강톡톡] 비스페놀A 프리 제품도 믿을 수 없다, 소비자 불안 가중

기사승인 2014-10-31 12:26:55
‘비스페놀A 프리 젖병’ ‘비스페놀A 100% 프리 장난감’

요즘 국내에선 비스페놀A가 함유되지 않은 '비스페놀A 프리'라 불리는 대체물질 젖병의 가격이 과거(폴리카보네이트 젖병)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비스페놀A가 유해물질로 알려지면서, 엄마들이 대체물질 젖병을 찾기 때문인데요. 비스페놀A는 정말 유해물질일까요. 그리고 대체물질로 만든 젖병은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에 들어있는 화합물입니다. 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와 에폭시 수지의 제조에 주로 쓰이는 화합물입니다. 핸드폰과 노트북 케이스 DVD 디스크 스포츠 고글, 아이 젖병은 물론 식품, 음료의 저장 용기 소재로 사용됩니다. 국내에선 연간 3조4000억 원 규모의 비스페놀A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비스페놀A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충격을 주었습니다. 비스페놀A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이 들어 있어 내분비교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인데요.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비스페놀A가 함유된 용기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였습니다.

그렇다면 비스페놀A를 대체할 비스페놀A 프리 제품은 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최근 한 포럼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주제로 한 발표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최로 어제인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화학협회 스티브 헨지스 박사는 “비스페놀A 원료로 한 식품 용기와 대체물질 용기의 안전성 차이가 불분명하다”며 “대체물질 용기의 가격이 더 비싼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비스페놀A 프리(bisphenol A free, 비스페놀A가 들어 있지 않은)로 만든 플라스틱 식품 용기가 비스페놀A가 함유된 식품 용기보다 더 안전하다는 증거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둘의 안전성 차이가 불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소위 비스페놀A 프리라 불리는 대체물질로 제조한 용기 가격이 더 비싼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비스페놀A 제품은 지난 60여년이나 사용됐고 전 세계적으로 800만t 이상 생산되고 있습니다. 헨리 박사는 “결국 비스페놀A가 비스페놀A 대체물질보다 더 과학적으로 더 검증된 물질이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스페놀A는 관련 논문들이 8600여 편에 달합니다. 그런데 비스페놀A 프리 제품에 든 비스페놀A 대체물질의 안전성 관련 연구는 별로 없습니다.

더불어 비스페놀A 프리 제품이 비스페놀A 함유 제품보다 더 강력한 합성 에스트로겐을 분비해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올 봄에 발표됐다고 합니다.

비스페놀A가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헨지스 박사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노출되는 양이 극소량이어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식생활에서 웰빙 식품으로 통하는 콩이나 당근 등에는 비스페놀A보다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이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식품을 과다 섭취하지 않는 한 내분비계 교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스페놀A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프랑스 정부는 2012년 12월에 제정된 식품용기의 비스페놀A 금지법에 대한 내년 1월1일 시행여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전세계가 아기 젖병의 비스페놀A 노출 이슈로 우려할 당시 만들어진 법으로, 내년 본격시행을 앞두고 현재 비스페놀A를 대체할만한 확실한 대안이 없는 데다 유럽식품의약청(EFSA)의 견해(비스페놀A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와도 다르고, EU국가간의 무역 마찰까지 일으킬 수 있어 프랑스 정부는 아직까지 비스페놀A 사용 금지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2012년 7월부터 젖병에서 비스페놀A의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비스페놀A의 사용에 대해 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도 젖병에서의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스페놀A의 안전성에 대해선 학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단체와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비스페놀A를 내분비계 교란물질(환경호르몬) 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비스페놀A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인데, 비스페놀A 대체물질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하루 빨리 우리 정부에서 명확한 답변을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 몸은 소중하니까요.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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