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것 보다 돈이 더 무서운 거죠.”
MBC ‘무한도전’ 극한 알바 특집에서 10년 간 건물 외벽을 닦은 작업반장이 한 말입니다. 담담하게 내뱉은 한 마디가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9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멤버들과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차승원이 극한 아르바이트 현장에 도전하는 ‘극한 알바’ 특집이 그려졌습니다.
첫 번째 극한 알바는 63빌딩 창문을 닦는 일이었습니다. 250m인 건물 꼭대기에 도착한 멤버들은 서있기도 버거워합니다. 카메라가 건물 아래를 비추자 시청자들도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멤버들은 바깥 풍경을 직접 바라보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맏형 박명수는 외벽 청소에 도전합니다. 곤돌라를 외벽에 연결해 63층에서 건물을 닦으며 내려가게 되죠. 곤돌라에 올라서자 다리가 후들거리는 건 기본입니다. 창문에 비친 서울의 전경은 ‘버럭’ 박명수도 움찔하게 만듭니다.
박명수가 건물 밖 유리로 비치자 63빌딩 안에 있던 시민들은 창문을 두드리면서 열광했죠. 작업반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건물 창문을 닦는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무심코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던 거죠.
외벽 청소 알바가 무섭고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작업반장의 고백이 우리를 찡하게 했습니다. 그는 10년간 외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답니다. 보통 아르바이트 한 달치 월급을 외벽 청소 알바를 하면 일주일 만에 벌수 있다며 웃어 보였죠.
휴식시간에 박명수는 작업반장에게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습니다. 그는 “원래 연극배우였는데 사정이 어려워 하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박명수는 “그런 일을 하다가 관두는 게 쉽지 않은데”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높은 것 보다 돈이 더 무서운 거죠”라는 작업반장의 말입니다. 이는 인터넷에서 회자되며 많은 공감을 불렀습니다.
창문 닦는 일 외에도 석탄 채굴, 택배 상·하차 작업, 홈쇼핑 텔레마케터, 굴 10㎏ 까기 등 다양한 극한 알바가 소개됐습니다. 이러한 아르바이트가 있는 줄 이번에 알게 됐네요.
이들이 보여준 땀과 돈의 가치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합니다. 박명수가 직접 창문을 닦으면서 한 말이 있죠. 딸 민서에게 “돈 아껴 써라. 아버지가 번 돈 아껴 써”라고 울부짖었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