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되는 사건이 등장하면 인터넷엔 꼭 따라붙는 게 있다. 바로 네티즌들의 재치가 묻어나는 ‘패러디’이다.
임신까지 한 아내를 두고 다른 여성에게 소위 ‘작업’을 건 배우 이병헌의 말을 패러디하고, ‘욕설 논란’의 장본인들인 이태임과 예원의 대화를 패러디하고, 그리고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건을 패러디한다. 도대체 왜 패러디를 할까.
‘패러디(parody)’는 원래 그리스어인 파로데이아(parodeia)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말은 ‘다른 노래에 병행하는 노래’라는 뜻이다. 요즘 어떤 노랫말로 유행하는 표현을 빌려보자면 ‘원곡인 듯 원곡 아닌 원곡 같은 노래’를 말한다.
패러디가 원래의 것과 다른 것은 바로 ‘의미’다. 의미(意味)는 뜻(意)과 맛(味)이 합쳐진 말이다. 패러디는 뜻은 같은데 맛(味)이 다른 것을 말한다. 웃어?, 웃겨?, 웃냐?, 웃픈?, 웃지? 등은 의미는 ‘웃음’이지만 각각의 맛이 다르다. 아버지, 아빠, 아버님 등도 의미는 같지만 맛은 분명 다르다. 패러디는 본래의 것과 의미는 같지만 다른 맛을 준다. 맛이 다르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 메시지가 그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패러디 속에 메시지의 핵심은 ‘설득력’이다. 패러디가 웃음을 주면서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 설득력을 가지면서 웃음을 준다.
설득(說得)의 설(說)은 ‘큰 의미의 말(言)을 곧게(兌) 분산시켜 작게 나누는 것’을 말한다. 득(得)의 의미는 ‘걸어가서(?) 물건을 손(寸)에 넣어 가지게 하다’이다. 다시 말하면 패러디가 가지는 능력은 자칫 무겁고 큰 의미의 것을 작고 가볍게 만들어 손 안에 들어가게 만드는 작은 웃음인 것이다.
이번 이완구 국무총리의 ‘비타500’의 패러디도 마찬가지다. 본래의 이 사건은 ‘정치’, ‘국무총리’, ‘비리’와 같은 크고 무거운 단어의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무거운 사건을 받아들이기에는 국민들도 치쳤다. 그런데 매일 손쉽게 구매해서 마시는 비타500이라는 자양강장제로 패러디해서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마음에 와 닿기도 하고 재미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비타500 박스에 5만원권을 담아 600장이 들어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600장이기 때문에 3000만원이라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이런 설득력이 더해져서 국민들은 이 패러디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완곡(euphemism)과 왜곡(distortion)은 화자와 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의미가 달리진다.
본래 완곡은 말하는 투가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것을 의미한다. 왜곡은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화자와 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완곡이 부정이 되고 왜곡이 긍정이 되기도 한다.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자신들이 만행을 완곡하게 말하는 것 자체가 부정이다. 이와는 반대로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같은 노래에서 보면 실제로는 엄마도 자장면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먹이려고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서 ‘싫어한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다. 나중에 어른이 돼 엄마의 마음을 알고 나서는 감동하는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완곡과 왜곡을 하느냐에 따라 이처럼 의미는 달라진다.
패러디의 경우 국민에게 완곡하게 전달하는 내용인 것이다. 반대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하거나 ‘그런 적 없다’고 일관하는 것은 ‘왜곡’하는 것이다.
그들은 도대체 왜 ‘사과상자나 박스’에 돈을 넣어 비리를 저지를까?
돈을 주는 입장에서나 돈을 받는 입장에서도 시각적인 ‘완곡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돈다발을 주는 것은 스스로가 부정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감정을 고스란히 가지게 되지만 ‘상자’에 돈을 담는 순간 돈이 아닌 ‘선물’로 인지가 왜곡된다. 주고받는 사람 모두가 ‘돈’이 아니라
‘선물’을 받는 것으로 의도적인 완곡 효과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순간적으로 패러디를 보며 웃어넘길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패러디는 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그들에게 웃음이 아닌 비웃음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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