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형사법원 데니스 포터 판사는 20일(현지시간) 소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총을 난사해 아무 죄 없는 흑인 여성 레키아 보이드(당시 22세)를 숨지게 한 시카고 경찰국 소속 단테 서빈(46) 경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기각했다.
서빈은 지난 2012년 3월 소란 현장에서 무리 중 한 남성이 순찰차로 다가오자 총을 난사했고, 이 가운데 한 발이 함께 있던 보이드의 뒤통수에 맞았다.
서빈은 당시 상황에 대해 “남성이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겨누며 다가와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해당 남성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총이 아닌 휴대전화기였다.
검찰은 서빈이 차 안에서 5발의 총을 쏴 어둠 속에 서 있던 4명을 맞힌 것에 대해 “무모한 행동이었다”며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포터 판사는 “서빈의 총격은 의도적인 것이었다”며 “서빈이 무모하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입증해보이지 못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판사는 “일리노이 주법상 피해자를 향해 고의적으로 총을 쏜 서빈에게 일급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는 있어도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며 검찰의 혐의 적용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시카로 트리뷴에 따르면 이날 판결이 나오자 법정은 크게 술렁였고, 피해자 가족들은 포터 판사를 향해 ‘법복을 벗으라’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서빈이 10여 명의 비번 경찰들에 둘러쌓여 법원을 나서자 약 40명의 군중이 다가와 분노를 폭발했고, 이 가운데 한 명은 서빈을 향해 도시락 가방을 던지기도 했다.
판결 후 서빈은 “보이드의 죽음은 순찰차를 향해 돌진한 남성의 행동이 불러온 비극적 사고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다른 경찰관이라도 내가 취한 방식으로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빈의 변호인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검찰이 서빈을 살인죄로 다시 기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