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도 울어버린 세월호 재판…“어린 학생 304명을 방치하고…”

판사도 울어버린 세월호 재판…“어린 학생 304명을 방치하고…”

기사승인 2015-04-29 08:10: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28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이준석(70)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수원지법 안산지원 409호에서도 대형스크린을 통해 중계됐다.

이곳을 찾은 유족 5명은 재판부가 동료 승무원에 대한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기관장 박모(55)씨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하자 혀를 찼다.

이어 이 선장과 함께 승객 살인 혐의가 적용된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이 나오자 방청석에서는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일부 유족들은 이 선장을 제외한 승무원들의 형량을 감경한 배경에 대해 재판부가 2012년 이탈리아 유람선 좌초 당시 승객과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선장에게만 중형이 선고된 해외 사례를 말할 땐 헛웃음 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1심과 달리 이 선장의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자 방청석에는 침묵이 흘렀다.

재판장이 유죄 판단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자 일부 유족은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재판장은 “이 선장이 배를 빠져나올 때에도 선내에는 꼼짝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오는 등 이 선장 주장과 달리 퇴선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이 “자신의 선내대기 명령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등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아 승객들을 끔찍한 고통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는 양형 이유를 전하면서 울먹이자 유족 모두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말없이 눈물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외동아들을 잃은 한 유족은 “다른 승무원들도 다 잘못했는데 고작 징역 몇년 받았다”며 “모두가 다 아이들을 두고 나온 책임이 있기 때문에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흐느꼈다.

유족 전모(45)씨는 “이 선장에 대한 살인죄 인정은 당연한 것이고 사정이 있겠지만 승무원들이 많이 감형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선장은 1심 징역 36년에서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늘었으며 나머지 승무원 14명은 1심보다 줄어든 각각 징역 1년 6개월∼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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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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