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누구에게는 사고 파는 수험표… 누구에게는 정말 갖고 싶었던 수험표

[친절한 쿡기자] 누구에게는 사고 파는 수험표… 누구에게는 정말 갖고 싶었던 수험표

기사승인 2015-11-14 00:10:55
국민일보 김지훈 기자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고생많았습니다. 예년에 비해 다소 쉬웠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출제자 생각이고, 긴장한 나머지 무척 어렵게 느껴졌을 법도 합니다. 다음달 수능 성적표가 도착할 때까지 휴식을 취하면서 입시를 준비할 수험생이나 주말부터 논술시험과 면접 준비에 매진할 수험생이나 모두 앞날에 영광이 있길 기원합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수험표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수험생을 격려하는 마케팅이자 특수를 노리기 위해 문화·유통업계 등이 내놓은 행사에 써먹을 수 있는 만능 할인쿠폰으로 변신하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에선 최대 30% 할인 행사를 하고 외식도 싸게 할 수 있습니다. 극장과 놀이공원도 할인 손짓을 건넵니다. 수능 족쇄 같았던 수험표의 더없이 화려한 변신입니다.

11월 한 달간 워낙 각종 혜택이 많기에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수험표를 사고 파는 게시물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수험표 구매자들은 타인의 수험표에 자신의 증명사진을 붙여 신분을 위조한 뒤 할인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험표를 거래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공문서인 수험표에 붙어있던 사진을 다른 사람 사진으로 바꾸는 행위는 공문서 위조에 해당합니다. 수험표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도 있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을 위험도 높습니다. 살려는 사람은 많겠지만 팔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보다 수험표를 갖고 싶었던 이들도 있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입니다. 당시 2학년이던 학생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면 다른 고3 수험생들처럼 수능을 치렀을 겁니다. 생존 학생 70여명은 11일 수능을 치르지 못한 친구들을 애도하며 학교에서 장도식을 했습니다. 장도식은 수능 전날 학부모·교사·후배들이 한데 모여 수험생들을 격려해 주는 단원고만의 전통입니다. 눈물을 쏟은 학생들은 수능 당일에도 노란 리본을 달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대법원은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은 “대법원이 선장과 선원들의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1년 7개월 동안 인고와 고통의 시간이 조금이나마 위로됐다”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면 자기의 꿈과 미래를 위해 수능을 봤을 시간이다. 가족들도 이 자리에서 서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시험으로 고생했을 자녀와 함께 했을 것”이라고 오열했습니다. 누구보다 수능 수험표를 갖고 싶었을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해 대법원이 이날 말고 다른 날 판결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해 봅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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