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은 자립할 수가 없어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을 돕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 국민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보호해 줘야 합니다. 정부가 세금으로 도와줄 때 의심하고 비루할 정도로 자신이 얼마나 가난하고 비참한 지를 자각 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동체성을 전제로 사람의 인권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차원 위에 제도와 법이 설계돼야 합니다.”
가계부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사진)의 호소다. 조그만 체격, 곱상한 외모, 선한 눈매의 가냘픈 인물로 보였던 그가 왜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투사’로 인식되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제윤경 의원은 2006년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서민들을 위한 재무 상담을 해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국회의원 가운데 자산 꼴찌인 내가 바로 서민”이라며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빚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국회에 들어오기 바로 전까지도 시민단체 희망살림과 주빌리은행에서 서민 부채문제 해결에 힘썼다.
그런 그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큰 사고를 쳤다. 지난 14일 ‘죽은 채권 부활 금지법’(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은 대부업자나 금융사가 헐값에 채권을 매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가지고 과도하게 추심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금융사의 불법 추심행위에 대해서도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토록 했다.
이 법안이 발의되자 금융회사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들먹이며 제윤경 의원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그는 “채권자에게 도덕적 해이를 되묻고 싶다”며 반박했다. 이어 “금융사가 할인을 통해 100만원 짜리 채권을 1만원에 팔아 놓고서 이자를 포함해 1000만원을 추심하는 법률행위는 너무 폭력적이다”라며 “채권액의 5%에 팔았으면 채무자에게 10% 정도 받으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금융사와 소비자, 양쪽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서 균형적인 시각을 놓고 보면 갚아야 할 의무도 있지만, 예금자의 돈을 회수해야할 의무도 있는 것”이라며 “이런 공동책임이 전제돼야 과잉대출도 없어지고 가계부채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제윤경 의원은 사전채무조정제도, 일본계 대부업체의 원금이 넘는 이자를 받는 행위 금지 법안,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한 죽은 채권 소멸 등 다양한 법과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제윤경 의원은 “약간 솔루션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가계 부채는 시스템 차원에서 장기 접근도 필요하지만, 당장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경감하는 해결책을 구체적이고 발 빠르게 제시하는 게 내가 국회에 들어온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