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회생가능성보다 청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경우 담보채권을 제외한 무담보 회사채 1조2000억원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채권단이 30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관련 최종 입장을 수용하지 않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 결정에 앞서 한진해운은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통한 4000억원과 조양호 회장 및 계열사 자금 지원 1000억원 등 5000억원의 최종 자구안을 지난 29일 채권단에 제시했다. 

채권단은 한진측 제시안이 미흡하고 경영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수용 불가 사유를 설명했다. 한진측 자구안이 예상 부족자금 규모 1조~1조3000억원의 30∼50%으로 전체자금 대비 지원 규모가 부족했고 상거래 연체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6000억원을 즉시 투입해야 하지만 올해 대여금 2000억원만 지원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단은 한진측의 자체 자금조달이 미흡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지원할 경우 신규자금이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해외 용선주, 해외 항만하역업체 등 해외 채권자(약 6000억원)의 상거래 채무 상환에 사용하게 돼 해외로 지원 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높다고 봤다. 

이와 함께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은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한 현대상성과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유주가 있는 회사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 노력으로 해결한다는 구조조정의 원칙과도 근본적으로 상충되고 기업 구조조정의 부정적 선례를 남기게 돼 향후 기업구조조정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밖에 한진해운의 용선료 및 선박금융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인 단계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우며 협상 종결까지는 상당 시일 소요 예상되는 점도 채권단이 추자지원을 거절한 사유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할 듯

추자지원을 거절한 채권단은 한진측 제안수용불가라는 채권단 입장과 9월 4일 채권단 자율협약이 종료된다는 사실을 한진해운 앞으로 즉시 통보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9월 4일 자율협약이 종료되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채무를 동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무가 동결되더라도 법원이 한진해운의 기업 잔존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회생여부를 결정할 경우 채무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은 생긴다. 

하지만 법원이 청산 절차를 밟기로 결정하면 채권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특히 무담보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한다. 한진해운의 회사채 잔액은 1조1891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기관을 제외한 개인투자자 보유액은 600억원 수준이다. 

이와 함께 대주주인 대한항공도 보유지분 손실 등에 따라 1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투입한 자금을 보면 벌써 청산 절차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건질 수 있을 때 건지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추가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주장했다.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