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기업은행이 청년인턴을 거친 구직자 가운데 100명 정도만 정식으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4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정규직 전환을 기대한 청년인턴 400여명은 다시 구직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5일 정무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채용인원(386명) 가운데 청년인턴 경험자는 9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청년인턴 500명 중 19.6%에 해당하는 수치다.
청년인턴제는 대학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 등 30대 미만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임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함으로써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에서의 인턴 채용 기회를 제공해 정규직으로서의 취업가능성을 높이는 청년고용 촉진지원사업을 말한다.
대상 기업들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인력운영가이드라인에 따라 청년인턴제를 체험형 인턴과 채용형 인턴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채용공고를 통해 상하반기 500명의 청년인턴을 모집했다. 근무기간 약 4개월 동안 최저임금 수준인 월 130만원의 보수를 받는 조건이다. 4대 보험료 등 근무자 부담분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120만원에 불과하다.
청년인턴의 주요 임무는 본점과 영업점에서 창구업무 및 마케팅 지원, 문서작성 등이다.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1일 8시간으로 정규직에 준한다.
기업은행이 정부 지원금을 통해 저임금으로 청년들에게 ‘열정페이’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체험형만 운영하고 있다. 체험형의 경우 인턴에서 채용까지 자동으로 연결되는 프로세스가 아니다”라며 “인턴 가운데 50%를 우수인턴으로 선발해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500명 가운데 82명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설명과 달리 기업은행의 공식 웹사이트 및 블로그 등을 통해 밝힌 채용공고에는 ‘공채시 일정비율 청년인턴 근무자 우대채용, 우수인턴에 대해 공채시 서류전형 혜택 부여’ 등 채용형 인턴으로 오인케 할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보라 의원(새누리당)은 “많은 공공기관이 체험형 인턴에 비해 정규직으로 70%이상 전환되는 채용형 인턴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청년 실업률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적극적으로 청년인턴제를 시행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청년인턴제 운영이 현재로선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