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악성종양인 ‘암(癌)’은 국내 사망원인 1위의 질환이다. 최근에는 진보된 진단법과 치료법, 치료약물들이 개발되면서 암환자들의 생존률이 크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암은 중증질환으로 여전히 국민들의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높다.
암은 과거 흔히 불치병으로 여겨지며 암 진단은 곧 사망선고로 여겨졌었다. 암이 불치병으로 인식되던 1980년대 말 국내 의학자들은 국민들의 암 부담을 줄이고, 암 정복을 위한 다양한 의학 연구자 지원을 위해 뜻을 모은다. 이에 1988년 창립총회를 열고 이듬해인 1989년 1월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곳이 ‘대한암연구재단’이다.
“암 정복을 위한 연구 지원과 암 예방과 치료 분야에서 국민 보건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대한암연구재단은 암 정복을 위해 국내 연구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순수한 학술 목적을 갖는 곳입니다.” 재단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28년여간 대한암연구재단에서 국내 암연구자들 지원 업무를 맡아왔던 안윤옥 이사장(사진·서울대의과대학 명예교수)은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암연구재단은 어떤 곳인지?
“지난 1988년 여름 서울에서 국내 의학계는 최초로 대규모 암 관련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됐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김진복 박사(서울의대 명예교수)가 대회장을 맡은 아시아·태평양암학술대회였습니다. 당시 학술대회 개최 후에 고(故) 김진복 박사 등 국내 의학자들이 뜻을 모아 설립하게 된 거죠.”
대한암연구재단(이하 재단)은 1988년 창립총회 이후 1989년 1월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로부터 재단인가를 받고, 설립자산 2억3000만원으로 출범했다. 당시 재단은 정관을 통해 “암의 원인 규명, 새로운 진단법 및 치료법을 개발하고, 대한암학회의 연구·학술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암의 예방·치료 등으로 국민보건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안윤옥 이사장은 “재단은 암 정복을 위한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 핵심과제”라며 그동안 암연구지원사업, 국내 우수 암연구 논문 시상, 암연구 분야 젊은 의학자 인력양성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한암연구재단의 운영 성과는?
재단은 암연구 지원사업을 통해 1989년부터 2002년까지 46명의 연구자들에게 암 연구비를 지원했다. 특히 세계적인 위암수술 권위자이자 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진복 박사의 이름을 딴 ‘김진복 암연구상’을 지난 2006년 제정해 국내 우수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국내에서 암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학회나 단체가 많다. 김진복 암연구상 대상은 순수하게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 국내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꼭 필요하고 유용한 연구 등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복 암연구상 수상자들에게는 2010년까지 2000만원의 상금이 연구비로 지원됐고, 2011년부터는 상금이 3000만원으로 늘었다.
젊은 의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암연구 박사학위 논문 저술 지원’도 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재단은 암연구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지난 2009년부터 매년 4명을 선정해 1인당 8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8명을 지원해 왔다.
이와 함께 재단 설립 당시부터 국내외 의학자들의 암연구 교류 활동도 적극 펼쳐왔다. 재단 설립 당시인 1989년 제1회 서울국제암심포지엄(Seoul International Cancer Symposium, SICS)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6회의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또한 지난 2012년부터는 서울국제위암포럼도 매년 열리고 있다. 안 이사장은 “국내외 암연구 학자들이 만나 최근 연구와 임상 사례를 공유하는 의미있는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민 암부담 감축 대규모 연구 결과 도출
대한암연구재단은 지난 2011년부터 우리나라 국민들의 암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규모 장기 연구인 국민 암부담 감축연구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제1차 암부담 감축연구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35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으며, 26명의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재단 측은 연구비 지원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 연구 과제 선정 심사를 위탁해 각 분야별 과제를 선정했다. 1차 연구지원 과제 중 기획연구로 봲우리나라 암부담 분석 및 암부담 감축방안 개발이 선정돼 1억6000만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다. 감축방안 유효성 평가 연구에는 봲폐암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 유효성 평가 봲감상선암 발병원인 및 조기진단/조기치료의 유효성 평가 봲전립선암 조기지단 및 치료처치의 유효성 평가 등이 수행됐다.
또한 기획연구 결과에 따른 감축방안 유효성 평가연구로 봲위암 일차 예방을 위한 인구집단 고위험 전략의 효과 예측 봲용종 제거환자 대상 1차 예방적 개입의 유효성 평가 봲한국 여성의 유방암 검진 지침개발 근거창출 봲암 생존 코호트 구축을 통한 암 생존 향상 요인 탐색 등이 수행됐다.
안윤옥 이사장은 “해당 연구는 우리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이자, 국민들의 암부담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감축할 수 있는 연구”라며 “연구 지원을 통해 국민 건강 향상에 이바지하려는 재단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우수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대한암연구재단 운영 계획은?
“암정복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 활동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또한 일반인과 환자들을 위한 암 관련 지침서를 개발하고, 올바른 암 예방·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 재단은 2017년부터 2020년까 제2차 암부담 감축연구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특히 이번 2단계 연구에서는 학술적 가치는 낮아도 꼭 필요하고 유용한 응용연구와 희귀암질환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안 이사장은 “국내 타 연구지원기관에서 지원 우선순위가 낮았던 순수 국내 암연구들을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국민들의 암부담을 실질적으로 감출시킬 수 있는 연구들도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안 이사장은 “앞으로 재단은 국민 암부담 절감을 위한 실용적인 연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단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암정보 알리기에도 나선다. “의학자들은 의료윤리를 지키며 적정진료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 대다수의 의료인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도 비과학적인 정보에 질환 치료를 맡기지 말고,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치료 정보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암치료 부담이 더 늘어나고 있어 의학자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한 안윤옥 이사장은 “재단 사업을 통해 올바른 암 치료와 예방 정보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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