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대우조선 회사채 감액손실 안해…대주·삼덕회계 부실감사 ‘분식’ 지적

[단독] 국민연금, 대우조선 회사채 감액손실 안해…대주·삼덕회계 부실감사 ‘분식’ 지적

기사승인 2017-04-12 15:42:43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국민연금이 부실기업 대우조선해양에 2014년 투자한 회사채를 여전히 감액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투자 보다는 수익증권의 포트폴리오 중 한 종목으로 구성돼 평가시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채로 분류돼 단기 손익에도 반영되지 않아 손실에 따른 충당금도 쌓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회계업권에서는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를 묵인한 안진회계법인이나 국민연금의 대우조선 회사채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대주·삼덕회계법인도 부실감사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운영자산이 500조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회계감사 주기가 평가를 제때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에 투자한 회사채 3887억을 장기채로 분류, 회계처리 자본계정의 자본조정 항목으로 분류만 했을 뿐 감액손실 처리하지 않았다. 

이렇게 판단한 시점은 지난 2월 26일로 대주회계법인이 2016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한 때다. 같은 시기 전년도 감사를 한 삼덕회계법인은 산업은행의 2016년 회계연도 감사를 진행하면서 산은이 보유 대우조선 주식에 대한 가치를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회사채 대우조선해양 6-1(KR6042661449)·6-2(KR6042662447)·7(KR6042661530) 등은 유가증권(채권)시장에서 오는 13일 상장 폐지된다. 이는 해당 기업의 채권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더 이상 채권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서도 국민연금이 산업은행이 최근 제시한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2682억원, 거부하면 3887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채무 조정을 거부해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이 가동되면 법원이 채무를 강제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평가손으로 처리했지만 지난해 연말 대우조선이 자본 확충을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상태였기 때문에 관련 회사채에 대해 자손손실 처리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회계업권에서는 국민연금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말장난이다. 장기투자로 인식되는 회사채는 손익이 아니라 자본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현재 당기손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재무제표상 자본에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뺀 자본)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채와 주식의 가치는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회사 가치를 반영하는 주식이 손실 처리됐으면 회사채도 그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면서 “일일이 회계처리를 하지 않을 뿐 장기간 보유하는 회사채라도 회수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되면 자본에서 감액 처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국가회계기준에도 ‘투자목적의 장·단기투자증권인 경우 유가증권의 회수가능가액이 장부가액 미만으로 하락하고 그 하락이 장기간 계속돼 회복될 가능성이 없을 경우에는 장부가액과의 차액을 감액손실로 인식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사채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한다. 시장에서는 80원에 거래되는 것을 100원 주고 샀다고 100원으로 표시하면 안 된다”면서 “대우조선 이슈가 발생한지 오래인데 현재 시점에서 회사채 출자전환 등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별개로 이미 지난해 관련 회사채에 대한 평가손실을 상당히 회계처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처리를 발생주의가 아닌 현금주의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구조조정안 동의하면 손실, 아니면 괜찮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의 회계처리, 손실인식이 너무 늦다. 회계감사 주기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연금이 회사채에 대해 감액손실처리하지 않은 것은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하고 안진회계법인이 묵인 한 것이나 똑같은 것”이라면서 “보고서에는 그럴듯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현재 시점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분식회계라기 보다는 외부 회계감사 주기가 너무 긴 것은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반기별 10월, 2월 두 번 회계법인에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저희가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며 관여 사항도 아니다”며 “국민연금에서 채권가치가 떨어질 것을 반영해서 잘했느냐 하는 것은 대우조선에서 파생된 문제다. 기금 운영에 관한 관리감독에 권한은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양윤석 국민연금재정과장 “국민연금은 일반회사와 회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 일반회사는 매년 손실처리를 하고 적립된 기금은 여유자금을 가지고 운영된다. 손실로 빠져나가는 부분만 회계처리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2012~2014년 해양플랜트 사업 등에서 발생한 손실 5조7000억원 가량을 손실로 제때 인식하지 않고 자산과 수익을 부풀렸다며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당시 외부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는 분식을 묵인했다는 이유로 1년간 업무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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