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정원 감축 명목으로 존폐위기로 내몰아”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교육부가 대학 간 통폐합 기준을 완화하며 구조조정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방대를 중심으로 서열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교육부는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일반대와 전문대의 통폐합 시 전문대 입학정원의 최소 의무감축 비율을 현행 60%에서 55%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편제정원 기준 1,000명 미만인 소규모 전문대가 일반대에 통폐합될 경우 전문대 입학정원의 최소 의무감축 비율을 50%까지 완화해 전문대의 편제정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새로운 통폐합 유형인 ‘부분 통합’을 신설하고, 통폐합 대상이 되는 대학의 범위도 확대한다. 교육부는 의견수렴 과정과 법제처 심의 등을 거쳐 올 하반기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 방안에서 통폐합 대학에 평가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을 갖는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3개 주기에 걸쳐 대학정원 감축 계획을 세워 놨다. 1주기인 2014∼2016년 4만명, 2주기 2017∼2019년 5만명, 3주기 2020∼2022년 7만명 등 총 16만명을 줄일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대학 간 통폐합은 총 13건 이뤄졌는데, 이번 개정을 바탕으로 통폐합 사례가 더 늘고 상생의 구조개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통폐합 활성화 방침에 대해 일부 지방대에서는 당국이 정원 감축을 명목으로 대학을 존폐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A지방대의 한 교수는 “지나치게 강압적인 구조조정에 대학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정원 감축의 수단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학들의 의지를 무참하게 꺾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폐합이 가시화 된 대학이 감수해야할 짐의 무게도 쉽게 분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B지방대 관계자는 “학생, 교직원, 교수 등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해소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전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면서 “예정된 내홍은 결국 학생들의 직간접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에도 통폐합 정책이 추진됐었는데 특성화된 전문대들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일반대에 흡수되는 등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던 결과가 앞으로도 반복될 여지가 있다”며 “지방대들이 서울지역의 대학들보다 특별히 무언가를 잘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다기보다 지리적 여건에 의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 강도가 높을 수 있는데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책임을 지나치게 대학에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이어 “통폐합은 단기간에 걸쳐 성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학별 비전이 있고 구성원 간 논의도 충분히 필요한데 당장 구조조정과 맞물려 단기적으로 전개될 경우 내실 있는 대학발전 방안으로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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