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오락가락 미혼모 정책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우리나라는 분명 현재 저출산 국가이고,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라는 뉴스가 나오는 데, 왜 버려지는 아이들은 계속 늘어만 가는 걸까요?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오늘 심유철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심유철 기자,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시설로 입소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거기서 어떤 면이 문제가 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일단 시설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오갈 데 없는 임신한 미혼모가 머물 수 있는 미혼모자 가족 복지 시설. 즉 미혼모 시설이 전국적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요. 그에 대해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들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당장 지낼 곳이 필요한 주거 문제는, 미혼모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일 텐데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2015년 한부모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은 생계비와 양육비 다음으로 주거를 도움이 필요한 분야로 꼽았고요. 사실 가족과 주위 사람의 따가운 시선과 출산 관련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여성에게 미혼모 시설은 최후의 피난처와도 같습니다. 미혼모 시설은 일정 기간 동안 미혼모들에게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분만 지원과 자립을 위한 직업 교육을 해주는 복지시설이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하지만 미혼모들에게 최후의 피난처 같은 그 곳의 문도 언제나 열려있지는 않군요.
심유철 기자 ▷ 네. 미혼모 시설은 숫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지역 간 편차가 심해, 지방에 사는 미혼모들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출산과 산후 조리 도움이 필요한 임신 중인 미혼모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죠.
김민희 아나운서 ▶ 지역 간 편차가 심하다고요? 그럼 시설이 서울권에 집중되어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미혼모 시설은 임산부를 위한 기본생활지원형과 영아를 둔 미혼모가 입소할 수 있는 공동생활지원형.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기본생활지원형의 개수는 20곳으로, 공동생활지원형 38곳의 절반 수준이고요. 지역별로 봐도, 기본생활지원형은 서울 6곳, 경기 2곳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모두 1곳으로, 서울에 집중돼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기본생활지원형이 공동생활지원형의 절반 수준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기본생활지원형 시설 수가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지난 2011년 말 33곳이던 기본생활지원형이 20곳으로 급감한 배경에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1년 개정한 한부모 가족 지원법이 있습니다. 정부는 미혼모 시설의 절반에 해당하는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기본생활지원형 15곳을 2015년 6월 30일까지 폐쇄 하거나, 공동생활형으로 전환하도록 했거든요. 그건 입양기관이 아이를 키우도록 돕기보다, 입양을 권유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아무 대책 없이 폐쇄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에 따른 대체 시설을 마련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심유철 기자 ▷ 네.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여성가족부가 대체 시설을 마련한다고 했지만요. 2011년 말 2개소가 있던 전북과 1개소가 있던 경북은 아직 대체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채 0개소에 멈춰있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북과 경북의 경우, 6년 째 대체시설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건데요. 왜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요? 마련할 예정이기는 한 건지, 지자체와 정부 부처의 입장이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 전북도청 복지여성보건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시와 사회복지법인이 논의 중이라며, 아무래도 시, 군이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신중히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국가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무조건 수만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자체에 미혼모 시설을 운영할 만한 능력이 되는 운영 법인을 계속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요건을 충족하는 법인을 찾기 어렵다고 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결국 서로 미루고만 있는 거네요. 빨리 협의해서 시설 수를 늘려야, 갈 곳 없는 미혼모들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심기자, 그리고 미혼모 시설이 있으면 누구나 입소할 수 있는 건가요? 입소 대상자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미혼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데요. 거기에는 또 문제가 있습니다. 이혼 경력이 있는 미혼모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죠. 한부모 가족 지원법 19조에서는, 미혼모 시설 입소 대상자를 미혼 즉,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 한정 짓고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이혼이나 사별을 한 뒤 아이를 가진 여성은 미혼모지만, 미혼모 시설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결혼을 했던 여성은 시설 입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군요. 그런데 그 부분은 좀 의외에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혼모는 10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잖아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가 봐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가 좀 더 있고 결혼 경력도 있는 여성들도 많거든요. 실제로 첫째가 있는데 이혼하고 둘째가 미혼모 자녀인 여성들이 미혼모 시설에 서류를 접수했지만 거절당하는 사례가 많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직장을 잡기도 전에 임신과 출산을 겪은 미혼모들은 아이와 둘이서 지낼 곳을 구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드물고요. 열악한 주거환경은 미혼모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일 텐데요.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결국 가난 속에서 아이를 키우게 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당장 비싼 월세를 마련하느라 제대로 된 취업 훈련이나 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하니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되죠. 실제 미혼모 양육 및 자립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요. 미혼모 46%가 부채를 안고 있고, 월 평균 총 소득은 78만 5000원에 불과했습니다. 아이 아버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4.7%에 그쳤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미혼모 시설 입소를 제외하고, 다른 방법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책은 없을까요?
심유철 기자 ▷ 저소득 한부모에게 시세보다 30~40%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는 LH매입 임대주택 제도가 있긴 하지만, 입주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여성가족부도 지난 2014년부터 월 10만~20만원 내외로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재 공급된 집은 민관협력까지 합해도 170여 가구에 그칠 뿐 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도움이 필요한 미혼모들은 많은데 도움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네요. 그리고 주거 문제 외에 경제적인 지원은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정부로부터 받는 경제적인 지원은 아동 양육비 월 10만원에서 15만원이 전부입니다. 그 외에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의료비와 기저귀, 분유값으로 연 70만원이 나오지만, 그런 혜택도 중위소득 52%. 즉 2인 기준으로 142만 원 이하일 때만 받을 수 있는데요. 이마저도 기초 생활 보장 수급을 받는 자는 정부의 양육비와 중복해서 수급할 수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기초생활수급권자와 미혼모 지원.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지원받아야 하는 군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기초수급자가 의료보험 등 한부모가족 지원법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혜택이 더 많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래서 미혼모들이 경제 활동을 통해 수입원을 얻지 않고 차라리 기초 수급자에 머물러 있으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의욕을 잃는 경우도 다반사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미혼모들의 자립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이 나올 만 하네요. 그런 식이 반복된다면, 미혼모는 경제적 빈곤에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할 텐데 말이죠.
심유철 기자 ▷ 그렇죠.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 가족 255가구를 대상으로 파악한 2015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요. 전체 한부모 가족의 41.5%가 기초 생활 보장, 차상위 가구 등 저소득 한부모 가족이었습니다. 지난 2012년 첫 조사 때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에요. 저출산 해결을 위해 애를 쓰는 데도, 여전히 많은 아이가 빈곤으로 인해 버려지고 해외로 입양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싶은데.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모순이 맞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양아동 1047명 중 374명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데요. 입양아동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여전히 매년 수 백 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고요.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도 매년 250명에서 300명 정도입니다. 결국 아이를 낳는 것뿐 아니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에서 볼 때, 미혼모처럼 경제적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떨어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미혼모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정은 지원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심유철 기자, 이런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프랑스에서는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동거 부부에게도 법적 부부처럼 똑같이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혼외출산에 대한 차별을 폐지한 프랑스는 출산율이 1993년 1.65명에서 2012년 2.01로 올랐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한 번쯤 검토해봐야 하는 정책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미혼모 시설이 늘어나야 하는 거도 맞지만, 그 시설의 문턱을 낮춰주고, 보다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미혼모 시설은 미혼모가 편견과 차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스스로 살 수 있는 환경이 되기 전까지는 꼭 필요하고요. 지역별로, 적어도 인구 비례별로는 미혼모 시설이 꼭 있어야 합니다. 또 시설 입소를 부담스러워하는 미혼모들을 위해 실명을 드러내지 않고도 익명으로 시설에 입소하고, 출산 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주는 것이 좋고요. 출생 신고를 하면 아기를 정식으로 입양 보낼 수도 있고 기초생활수급 등의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으니, 시설에 대한 정보나 입양 특례법에 대한 오해를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정부는 미혼모 시설 수요가 적다고 선을 긋기 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왜 시설에 가지 못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게 먼저일 텐데요.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바로 낙태 처벌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낙태 시술이 불법으로 정해져 있죠?
심유철 기자 ▷ 네. 모자보건법상 예외적으로, 모자 본인이나 배우자의 유전학적인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성범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친인척간의 임신, 임신을 지속하면 임산부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에 한하여 임신 24주 이내에 임신중절수술을 허용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외에 다른 개인적인 사정은 다 불법이고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경제적인 사정이나 산모의 건강과는 무관한 태아 자체의 무뇌아, 다운증후군 등의 장애, 가족계획에 의한 임신 중절 수술을 하는 경우는 모두 불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술 허용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임산부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의 동의까지 받아야 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고요. 배우자의 동의 없이 중절 수술을 하면 역시 불법이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낙태는 공공연하게 계속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기혼 여성 뿐 아니라 미혼 여성의 낙태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죠?
심유철 기자 ▷ 네. 복지부가 실시한 전국 인공 임신 중절 수술 변동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요. 2010년에만 낙태가 16만 8,739건이 이뤄졌는데요. 이 가운데 기혼 여성이 9만 6,000여 건, 미혼 여성이 7만 2,000여 건이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물론 낙태 행위는 비도덕적이란 비판과 함께 생명 경시 현상을 불러온다는 주장이 있긴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불법 낙태가 많은 이유가 미혼모 지원 정책 부족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연관성은 이미 충분합니다. 낙태에 대한 비판을 하기 전에, 아기를 낳아도 걱정 없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인 거죠. 실제로 편견이나 차별이 없고, 충분한 지원이 있다면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고 말하는 미혼모도 많거든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낳고 싶어도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책으로 낙태에 대한 처벌 강화를 내놨다가 백지화했어요.
심유철 기자 ▷ 네. 복지부는 지난 9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법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명시했고요. 통상 1개월이던 의사의 자격 정지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늘렸습니다. 그러자 산부인과 의사들과 여성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했고요. 결국 복지부는 재검토에 나서, 처벌 강화는 없던 일로 정리됐습니다. 수정안은 불법 낙태수술을 형법 위반행위로 표현을 바꿨고요. 자격정지 기간은 현행과 같은 1개월로 유지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비록 사회적 반대의 벽에 부딪혀 논란 끝에 폐기했지만, 낙태 처벌을 강화해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건 너무 단순한 생각인 것 같아요. 일단 지원을 늘리는 것이 먼저잖아요.
심유철 기자 ▷ 네.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바,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에는 출산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 내용,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계속 오락가락하는 미혼모 정책. 이제는 중심을 잡고 제대로 된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키워드 포착. 여기서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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