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A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중순 의료사고로 사망했다. 그해 11월 말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에 해당되는 의료사고일 경우 자동으로 분쟁조정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일명 신해철법)됐지만, A씨 가족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후 이들 가족은 병원 측의 거부로 의료분쟁조정절차를 밟지 못했다.
또 다른 B씨의 할아버지도 올 초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병원 문을 나서기 전 돌연 쓰러져 사망했다. 병원 측은 ‘장례절차는 무료로 제공 하겠다’고 회유하면서도 ‘진료와는 관계없다’고 못 박았다. 의료사고가 의심됐지만, 당시 동행한 유가족은 증명할 방법도, 힘도 없었다고 했다. 장례절차는 사망 당일부터 부랴부랴 진행됐다. 뒤늦게 전후 사정을 알게 된 B씨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사고는 언론 등에 알려지는 것보다 조용히 묻히는 경우, 또는 의료사고 여부도 가리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더욱 많다. 의료사고 앞에서 환자나 가족들은 어쩔 수 없는 약자다. 병원 측에 비해 의학지식 수준이 부족하고, 의료사고 과실을 입증할 여건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는 환자와 가족들도 많지 않으며, 무엇보다 거대 병원 앞에서 환자와 그 가족 개개인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을 다소 강화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외국인·재외동포의 의료분쟁에 외국정부와 교류협력 및 조정항목 신설 ▲분쟁조정위원장 판단에 따라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또는 장애등급 1급 판정이 명확할 시 조정절차 개시 ▲미성년자의 경우 성년이 된 날로부터 3년간 조정신청 기간 부여 등 피해자 보호측면을 보완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30일 우여곡절 끝에 일명 신해철법이 시행됐지만, 의료현장 면면을 살펴보면 환자들에게는 아직 빈틈이 적지 않다. 억울한 환자, 구제받을 길 없는 가족들에게는 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하다. 헌법 제 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밝히고 있다. ‘의료사고’라는 기울어진 저울이 평등하게 바로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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