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자아를 ‘사고, 감정, 의지 등 여러 작용의 주관자’로 정의한다. 그런데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매 순간 술이 만들어낸 완전히 다른 ‘자아’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년째 단주하고 있는 또 다른 알코올의존증 회복자는 “날씨가 이렇게 습한 날에는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술을 한 잔만 마셔도 과거 중독자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알코올의존증은 알코올에 대한 자제력을 잃는 병이다. 오랫동안 단주하더라도 술에 대한 갈망이 아주 없어지지 않는다. 속된 말로 ‘술이 술을 먹는다’는 말처럼 개인의 자아를 알코올이라는 무법자가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알코올 의존증 치료는 진정한 자아를 되찾는 과정이다. 술 때문에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자아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A씨가 계속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강조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술은 때때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다. 술의 힘을 빌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상대의 본심을 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는 매우 위험하다. 몸과 마음을 모두 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술에 관대한 문화에서 알코올의존증은 환자는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술에 취한 모습이 평소와 심각하게 다르다면, 술 때문에 일상생활이 위협받고 있다면 위험한 상태라고 말한다. 여기에 해당된다면 속히 병원을 찾아 초기에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리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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