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에 대한 적정성 점검에 나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케어가 발표된 후 실손의료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관련 업계는 금감원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케어는 정부가 2022년까지 5년간 31조원을 투입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보건복지 정책을 말한다.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3800여개의 비급여 진료 항목에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되기 때문에 실손보험의 보장성과 보험금 지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에 실손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실손보험에 대한 정기적인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연초 인상된 실손보험료의 적정성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다.
올해 초 삼성화재(24.8%), 현대해상(26.9%), 동부화재(24.8%), KB손보(26.1%), 메리츠화재(25.6%), 한화손보(20.4%), 흥국화재(21.1%), 롯데손보(32.8%) 등은 기존 실손보험에 대해 보험료를 20% 넘게 올렸다.
관련 보험사에 대한 실손보험 감리는 4월 준비작업을 거쳐 5월부터 자료 수집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험감리가 보통 3~4개월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9월 중 심사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변수가 있고 법리적인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론이 나오는 시점을 속단하기 어렵고 유동적이다”면서 “빨리하면 다음달 될 수 있지만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4월 1일 제도 개선한 것은 신상품이니까 감리 대상이 아니다”면서 “올해 들어서 보험료가 많이 인상된 부분이 소비자에게 부담될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 산출 과정을 감리를 통해서 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감리 결과 법규 위반 정도가 중대하면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심사를 해서 법규 위반사항이 있으면 해당 회사에 변경 권고를 한다. 이후 회사가 상품 개정 시기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향후 그런 부분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검사 결과 문제가 있더라도) 서로간 협의와 보험사의 소명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인하된다고 속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문재인케어'가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감원 또다른 관계자는 “영향에 대해서 분석은 들어 간 것이 아니다. 다만 외부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향후에 그런 부분은 봐야한다”면서 “추후에 정책협의회를 통해 복지부, 금융위, 금감원 등과 함께, 한번은 문재인케어가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케어는 방향성만 나왔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언제 급여로 바꿀 것인지 나와 있는 것이 없다”면서 “세부적인 내용이 나와야만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실손보험 감사에 대해 보험업계는 일상적인 점검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손보업계 관계는 “금감원의 감사는 주기적인 점검 차원이다”면서 “4월 1일 판매되고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20% 이상 낮췄기 때문에 기존 보험료가 높다고 생각한다면 소비자가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실손보험료가 인하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보험사들은 당장 보험료를 낮추기 보다는 정부의 정책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도 단독형 실손보험의 경우 충분히 가격이 낮다”면서 “파는 사람도 자기에게 떨어지는 게 있어야 파는데 남는 게 없다면 누가 팔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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