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세 살 버릇’ 부정투구, ‘선행교육’이 필수다

[옐로카드] ‘세 살 버릇’ 부정투구, ‘선행교육’이 필수다

‘세 살 버릇’ 부정투구, ‘선행교육’이 필수다

기사승인 2017-09-22 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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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KBO가 부정투구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선수들의 부정투구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건 지난달 20일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한 한화 이글스 배영수가 허벅지에 공을 반복적으로 문지르는 장면이 포착된 이후부터였다. 

이전에도 배영수가 로진을 털어 글러브에 묻히는 등의 행위를 한 전력이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팬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결국 배영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2017 공식 야구규칙 8조2항에 따르면 투수는 투수판을 둘러싼 18피트의 둥근 원 안에서 투구하는 맨손을 입 또는 입술에 대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또 공에 이물질을 묻히는 것, 공이나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도 금지된다. 공을 글러브나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질러도 안 되고 상처를 내서도 안 된다. 

이른바 샤인볼과 스핏볼, 머드볼 등을 금지 하고 있다. 

문제는 배영수만 부정투구를 한 것이 아니었단 점이다.  투수들의 부정투구는 리그 전반에 걸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었다. 지난 15일 롯데와 KIA와의 경기에선 선발 린드블럼과 임기영이 나란히 부정투구를 해 뒤늦게 논란이 됐다.

롯데 선발 린드블럼은 공을 유니폼 바지에 문질러 닦았고 KIA 임기영은 로진을 유니폼 바지에 묻힌 뒤 공을 가져다 대 닦았다. 규정에 따르면 명백한 부정행위다.

당시에는 심판, 중계진마저도 두 선수의 부정투구를 포착하지 못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본 한 야구팬에 의해 영상이 갈무리 되고 나서야 비로소 공론화 될 수 있었다.

KIA 이민우와 NC 장현식은 경기 도중 직접 제재를 당하기도 했다.

이민우는 지난 20일 SK전에서 로진백을 공에 문지르다 원현식 구심에 제재를 당하며 공을 교체 당했다. 장현식은 같은 날 두산전에서 공을 유니폼 바지에 문질러 심판에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미래를 이끌 ‘영건’들이라는 점에서 부정투구 논란에 실린 고민을 가중시켰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공을 닦아서는 구위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룰에 의하면 공을 닦아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샤인볼’은 의심할 여지없는 부정투구다. 일부 행위에 대해 규정을 완화하자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악용 될 여지가 있어 곤란하다. 규정이 명확하므로 KBO와 심판진, 각 구단 코치진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중계 카메라가 고도화 된 현재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부정투구를 했다고 보긴 힘들다. 갓 1군 생활을 시작한 이민우와 장현식의 경우 더욱 그렇다. 구위 회복이 절실한 베테랑이 아닌 잠재성 있는 ‘영건’들이 구위 상승을 위해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은 적다. 

배영수 역시 기자회견에서 “방송화면을 보고서야 부정투구를 인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빈번하게 연출되는 부정투구는 결국 선수들의 과거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어릴 적부터 굳어진 습관이 경각심 없이 프로 마운드에서도 재연되는 것이다.

대개 선수들은 학창시절 잔디가 채 갖춰지지 않은 야구장에서 훈련을 한다. 자연스레 공이 이물질로 더러워진다. 선수들은 유니폼에 공을 문질러 닦을 수밖에 없다. 

선행교육이 필요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어릴 때 몸에 밴 버릇은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고치기 힘들다는 말이다. 몸에 익은 습관을 프로에 올라와 뒤늦게 뜯어 고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투구 리듬을 잃어버릴 수 있다. 유소년과 중고교 때부터 지도자들이 부정투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이미 프로에 데뷔한 선수들도 꾸준한 자기 검열을 거칠 필요가 있다. 경기 도중 투수들의 세밀한 동작까지 심판이 전부 캐치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실상 심판들의 노력 전에 선수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습관, 몰랐다는 말은 지금으로선 변명이다. 선배 배영수가 곤욕을 치르는 모습을 목격한 그들이다. 임기영과 린드블럼, 이민우와 장현식이 해명과 사과문을 내야 되는 이유다. 부정투구에 대한 구단과 협회 차원의 공론화가 절실하다.

2년 연속 800만 관중을 앞둘 만큼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성장했다. 이 과정 속에서 팬 문화와 의식, 경기를 보는 수준은 이전보다 훨씬 향상됐다. 이에 맞춰 선수들 역시 선진화 된 야구를 보여줘야 할 때다. 규칙을 엄수하는 공정한 야구는 그 고리 가운데 하나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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