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을 위해 준비했던 故 김광석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앨범에 수록하지 않은 것. 공들여 쓴 편지 같은 트랙을 대중에게 부치지 않은 셈이다.
아이유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데뷔 9주년을 기념하는 팬미팅 ‘아홉 갈피’를 개최하고 공식 팬클럽 유애나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아이유는 지난 22일 발매된 ‘꽃갈피 둘’의 수록곡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더불어 이번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의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깜짝 공개했다.
‘꽃갈피 둘’ 발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이유가 이번 앨범을 위해 故 김광석의 노래를 리메이크했으나 수록하지 못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앨범 발매 전 티저로 짧게 공개된 배우 박정민 주연의 뮤직비디오가 정식 발표되지 않은 정황 등으로 미루어 추측한 것이다.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오프라인 앨범 출시가 10월 중순으로 연기되며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소속사는 이에 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앨범 연기 관련 공지에서도 “음반 제작 공정상의 문제로 부득이 출고 일정이 지연됐다”고 상황을 전했을 뿐이었다.
아이유는 소속사를 통하지 않고 팬들에게 제일 먼저 제작 공정상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양해를 구했다. 누구보다 아이유의 음악을 기다렸을 팬들에게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팬미팅에서 자신이 부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공개한 아이유는 “지난 4월 ‘꽃갈피 둘’ 선곡 당시 가장 먼저 이 노래를 선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첫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서 ‘꽃’이란 노래를 다뤘듯 이번에도 팬으로서 김광석의 노래를 꼭 수록하고 싶었다는 것.
하지만 아이유는 녹음을 비롯해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마친 이 노래를 끝내 앨범에 수록하지 않았다. 김광석을 비롯해 딸 김서연 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시점에 이 노래를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이유는 “최근 뉴스를 관심 있게 보다가 오랜 고민 끝에 아쉽게도 이 곡을 이번 음반에 싣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으로만 들려질 수 없을 것 같았고, 음악 외적인 감정들로 인해 듣는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수록곡을 새롭게 배열하느라 앨범 발매일을 조정하게 된 아이유는 “가장 애착이 가던 노래라서 아쉬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유는 자신의 아쉬움보다 노래를 듣게 될 사람의 마음을 고려했다. 직접 입장을 밝히고 상황을 설명하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 이 소식을 접한 이들은 음악과 원작자, 더불어 팬에 대한 아이유의 진심이 돋보이는 결정이라고 평했다. “더 좋은 날,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이 노래를 들 수 있을 때 꼭 정식으로 들려드리고 싶다”는 아이유의 바람은 김광석의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