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2017 시즌, LG는 도대체 무얼 얻었나

[옐로카드] 2017 시즌, LG는 도대체 무얼 얻었나

기사승인 2017-10-0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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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 조차 거두지 못했다. 한화나 kt처럼 고춧가루 부대가 된 것도 아니다. LG는 3-4위 순위가 걸린 롯데와의 최종전에서 경기 초반 무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등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했다.

LG의 이번 시즌은 완벽히 실패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리빌딩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가능성을 보았느냐 되물으면 그것도 아니다.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마운드는 든든했다. 문제는 타선이다. 아무리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지만 결국은 점수를 내어야 이기는 게임이다. LG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팀 타율 리그 6위, 홈런 9위의 물 타선은 변함이 없었다. 

LG의 타순을 보자. 박용택을 제외하곤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한 명도 없다. 2009년 팀 내 최고의 타자는 박용택이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가 5.79로 1위였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팀 내 최고 타자는 WAR 3.73의 박용택이다. 

팀 내 20홈런 타자가 한 명도 없는 LG는 올 시즌 홈런 110개로 리그 최하위다. 이 가운데 38살 노장 박용택이 때려낸 홈런은 14개로 유강남에 이어 팀 내에서 2번째로 많다. 

LG의 홈런 가뭄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2000년 이후 LG가 배출한 20홈런 타자는 단 4명뿐이다. 2009년 페타지니(26홈런), 2010년 조인성(28홈런), 2016년 루이스 히메네스(26홈런)와 오지환(20홈런)이 전부다.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쓰고 있어서란 말은 핑계다. 잠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두산은 같은 기간 무려 24명의 20홈런 타자를 배출했다. 

LG만의 특색이라도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 발을 이용해 타선의 미흡함을 가려보려 했으나 시도에 비해 성공한 적은 드물었다. LG의 도루 성공률은 58.3%로 리그 9위였다.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의 도루 실패로 인해 공격의 흐름이 끊기는 일이 허다했다. 소총부대라고 하지만 실은 화승총에 가까웠다. 팀 타율과 출루율 전부 리그 하위권이다. 

그렇다면 LG 타선에 스타플레이어가 실종된 건 단지 선수들의 재능 부족 탓일까?

LG는 자원이 풍부한 서울을 연고로 한 팀이다. 암흑기를 거치면서 최상위권 선수를 지명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소위 ‘잭팟’을 터뜨린 선수가 없다. 오히려 박병호와 이용규 등 LG가 낳은 자식들은 팀을 떠나 대성했다. ‘탈 LG효과’라는 웃지 못 할 단어가 생긴 이유다.

LG가 데려온 외국인 타자의 면면도 그렇다. 2000년 들어 페타지니와 히메네스를 제외하면 용병농사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올 시즌엔 히메네스를 대체해 영입한 제임스 로니가 코칭 스태프의 결정에 격분해 돌연 야반도주 한 사건마저 일었다. 

LG의 다음 시즌은 더욱 막막하다. 팀의 유격수이자 주축 타자인 오지환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오지환의 뒤를 이을 대체자를 찾아야 되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옥석은 보이지 않는다.

오지환은 2012년 이후부터 꾸준히 LG 팀 내 WAR 상위권을 차지했다. 가끔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며 팬들의 속을 썩이지만 팀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선수다.

LG는 올 시즌 중간 오지환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유격수 실험에 나섰다. 꺼내든 카드는 황목치승. 하지만 황목치승은 타율 2할대로 부진에 허덕이며 탈락했다. 

이후 투입한 강승호는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장준원이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타격은 오지환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결국 베테랑 손주인이 유격수를 보는 상황을 초래했다. 

손주인은 올해 유격수로 33경기에 출장했다. 오지환과 황목치승(45G) 다음으로 많은 횟수다.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지만 이쯤 되면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자질이 의심된다. LG의 리빌딩은 4년 전부터 진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박용택과 정성훈은 은퇴를 앞두고 있고 오지환은 입대한다. 이들이 없는 타선은 생각만으로 답답하다. 

타자 FA 영입과 트레이드에 소홀했던 이유도 궁금하다. 지난 시즌 차우찬을 영입했을 뿐 타격 침체가 고질병이 된 상황에서도 타선 보강에 힘쓰지 않았다. 4년이면 많이 지켜봤다. 길러낼 능력이 없다면 긴급 수혈이라도 필요하다. 올 시즌이 끝나면 손아섭과 민병헌, 황재균 등 걸출한 타자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팬들은 LG의 과감한 투자를 바란다. 

단순히 젊은 선수로만 채워 넣는 게 능사는 아니다. NC와 롯데는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성장하고 변화했다. 적극적인 영입과 트레이드를 실시하고 팀을 원점부터 돌아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체질개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LG는 또 한 번의 암흑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LG는 롯데와의 경기가 끝난 뒤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을 새 사령탑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2000년대 이후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이 단 한 명도 없는 LG다. 류중일 감독이 'LG 감독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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