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하이퍼 인플레이션 지름길…최빈국 전락할 수도

[기자수첩]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하이퍼 인플레이션 지름길…최빈국 전락할 수도

기사승인 2018-01-15 04:00:00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가상화폐는 존재해 왔다. 1970년대 등장한 가상적인 국제준비통화 SDR(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이다. SDR은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경제적 어려움 등 일정한 조건에 따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SDR 등장은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에 IMF는 달러, 금뿐 아니라 국제결제수단 보조기능으로 SDR을 만들고 금 0.88671g에 가치를 고정시켰다. 이로써 기축통화의 신뢰성 및 가치와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보면 통화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상화폐 추종자들은 세계적으로 결제수단 사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결국 통용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이런 흐름에 우리나라가 따라가지 못하면 가상화폐 경쟁에 뒤쳐질 것이란 경고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리는 통화 인플레이션 문제다.

비트코인은 금처럼 총 발행량이 제한돼 있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이는 비트코인에 한정된 인플레이션 이야기지, 비트코인과 관련된 현재 통화의 인플레이션을 두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만약 일부 투기꾼들의 지적대로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으로 통용된다고 하자. 그러면 현재처럼 비트코인 가치가 연일 급등하는 상황에서 상인들은 비트코인만 받으려 할 것이다. 물건값을 현금으로 받으면 손해다. 비트코인을 받아두고 얼마 기간 보유하면 두 배 이상 돈을 벌수 있어서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국내에서는 과거 독일(프로이센)이나 아프리카처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초코파이나 생필품을 사기 위해 돈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면 하이퍼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것이다. 누구도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현금만 받으려 한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받으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경제는 수요 부족으로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불황을 경험할 수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으로 통용될 경우 예상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은 모두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치가 정해지지 않았고, 변동성도 심해서다.

또한 일부 투지꾼들은 비트코인을 금에 비유한다. 금도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쓸모없던 돌이 값나가는 보석이 됐다는 변론이다. 하지만 금의 시세는 가상화폐와 달리 일정한 변동성을 유지한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자산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제도화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로 생각된다. 정부도 가상화폐 투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화, 거래소 폐쇄 혹은 영업정지, 불법자금 차단 등 다양한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기꾼들은 이를 비웃듯 활발한 거래를 이어가며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 더욱이 가상화폐 거래를 경고하는 금융감독원장과 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을 청와대에 청원하는 등 비정상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속된말로 투기꾼들은 현재 눈이 뒤집힌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일부 정치인들이 우유부단한 발언을 내뱉고 정부가 규제를 주저하고 있는 모습은 가상화폐 광풍을 진정시키기 보다는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로선 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막긴 힘들어 보인다. 공기를 사든, 물을 사든, 개인 간 거래는 막을 수 없다. 물건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사는 행위를 제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가상화폐 거래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를 전면 금지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여파도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주식처럼 정부의 관리, 감독 아래 거래를 허용할 수 있을까? 이마저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식은 기업 파산의 위험이 있지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가치를 보장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거래소뿐만 아니라 발행자마저도 수익만 얻으려 할 뿐 가치를 담보하지 않는다. 

과거 400년 전 유럽인들은 튤립파동이라는 거품을 경험했다. 지난 2008년 불어 닥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적 충격을 안겼다. 모두 거품이 꺼진 후 남긴 건, 투기꾼들의 손해가 아니라 대다수 선량하고 성실한 국민들의 피해와 고통뿐이었다 것을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제 국가는 국민들에게 응답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나라다운 나라”라고 말한바 있다. 정부가 일부 가상화폐 투기꾼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을 위한 바른 정책을 내놓을 때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묘책을 기대해 본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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