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젊은 피’로 꼽히며 삼성증권 수장 자리에 앉은 구성훈 대표이사가 임기 초부터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해당 사건은 유례가 없는 금융사고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징계는 예상 밖에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최악의 경우 대표이사인 구성훈 이사가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도 이어질 수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은 기존 11일부터 19일까지로 예정됐던 삼성증권 배당사고 현장검사를 27일까지로 연장하기로 밝혔다. 이어 검사인력도 8명에서 11명으로 증원한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는 삼성증권의 주식 착오 입고 과정 및 처리 내용, 사고 후 대응조치 지연 등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주식을 매도한 직원의 매도 경위를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배당 사고는 금융권에서 사상 초유의 사건인 만큼 검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향후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는 위반 정도에 따라 ▲과징금‧과태료 ▲기관경고․주의 ▲영업정지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 ▲영업정지 ▲인가취소 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배당사고와 관련해 단순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유발했던 점, 여론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단순 기관 경고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점에서 50대 세대교체론 카드로 등장한 구성훈 삼성증권은 취임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우선 이번 사건으로 삼성증권이 추진하려 했던 초대형(IB)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사업 리스크가 큰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취해왔으나 IB(기업금융)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다시 PF사업에 뛰어들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윗선에서 초대형IB를 위해 부동산PF사업을 추진하자는 합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 사고로 인해 초대형IB 인허가는 사실상 무산됐다.
또한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이번 사건은 악재다.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대형사고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및 계열사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여론을 의식하며 논란의 쟁점에서 거론되지 않길 원했다. 삼성물산이 강남권 재건축 초대어 ‘반포주공1단지’ 입찰을 포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해당 사업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은 공동시행을 하자는 조합원 요구도 있었지만 입찰 과정에서 각종 논란을 피하기 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바람과 달리 내부 계열사의 대형 악재가 터졌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매각설’ 숱하게 돌만큼 그룹 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계열사 내 실적은 적지만 제재나 사고는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이는 삼성물산 ‘주택사업 매각설’의 배경과 비슷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주택 부문과 삼성증권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실적은 크지 않은데 제재가 많다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을 중시하는 이재용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사고 발생 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기관투자자도 삼성증권과의 직접 운용거래를 중단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은 신뢰 하락 뿐만 아니라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로부터 소송 등도 감내해야 한다.
이 같은 악재 등이 겹치면서 구성훈 사장의 입지는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순 기관 경고 및 제재를 넘어 임직원 징계까지 이어진다면 자칫 그의 자리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임기 초기에기 때문에 그에게 책임을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시스템의 문제이기에 단순한 임원 책임론으로 돌리긴 어려울 듯”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구 대표는 취임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 현재는 사태 수습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구성훈 사장은 삼성생명, 삼성자산운용을 거치며 재무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삼성그룹의 세대 교체론에 힘 입어 올해 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그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초기 개인 직원의 실수로 돌리는 등 대응에 미숙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배당 사고와 관련해 회사와 경영진의 자체 사과가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자 구성훈 사장을 비롯한 삼성증권 전 임직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는 자성 결의대회를 열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