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사과 방안의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 책임에 대한 일언반구 없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해 8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이하 특별법)’ 시행령이 제정됐다. 2011년 가습기 제품의 리콜 조치 이후 7년만이었다. 당초 특별법은 모든 피해자를 찾아내 구제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취지로 발의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업체 모두에게 처벌하자는 이 법안은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이를 모두 포함하지 못했다. 반쪽짜리 법안이란 비판이 나왔다. 그리고 그 비판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마저도 쟁정법안으로 분류, 국회에 계류 중인 탓이다.
이전까지 상당기간 가습기에 노출됐던 이들의 건강은 계속 나빠졌다.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천식 ▶비염 ▶심장·간·피부 질환 등. 접수된 피해자들은 6000명이 넘는다. 사망자들만 1321명이다. 피해자는 많은데, 정부가 ‘인정하는’ 피해자는 이보다 현저히 적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폐섬유화’ 현상으로 한정했기 때문이었다. 훨씬 더 많은 피해자들은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 모두 우릴 버렸다
특별법의 한계는 ‘돈’에 기인한다. 1250억 원의 특별법 기금으론 애당초 피해자들의 보상 자체가 불가능했다. 가습기에 포함된 유독 화학물질의 제조와 판매 허가를 내린 정부의 책임도 쏙 빠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빠졌다. 여기에 소멸시효가 있어 피해자들 중에는 구제 대상에서 배제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반쪽짜리’를 넘어 ‘있으나마나한’ 법으로 치부 받는 이유다.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인지, 피해자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들(3건)도 제출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그러나 개정안들 역시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 100%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 피해자 범위의 적극적 확대, 가습기 살균 피해 입증 의무를 제조사에 지우는 것, 폐섬유화에 국한해 피해자를 인정한 기준을 전향적으로 바꾸라는 것들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자녀를 잃은 한 피해자 가족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울분을 토했다. 그는 말한다. “환경부, 복지부, 제조사, 국회 모두 우리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다. 내 자식이 가습기 살균제로 죽었는지를 내게 증명하라는 이러한 몰이해와 몰염치에 절망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