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개발비 세계 5위의 그림자

한국, 연구개발비 세계 5위의 그림자

과학기술 역량 강화 요구되지만 연구비 ‘파이’ 제한적

기사승인 2018-05-10 00:05:00

정부의 연구개발비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 이유로 저성장, 경기둔화, 노령인구 증가 및 초저출산으로 인한 복지지출 증가 등이 거론된다. 미래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의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오는 2021년까지 전 세계는 과학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일 것이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기간 동안의 연구개발비 증액률을 0.7% 정도로 잡아두고 있다. 정부 행정부와 입법부, 하다못해 선거판의 공약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은 커녕, 앞서가는 과학기술 선진국과의 간극은 점점 벌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온다.


연구개발비 규모, ‘세계적이지만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비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다. GDP 대비 규모는 세계 2위로, 이스라엘과 1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렇듯 수치는 괄목할만하지만, 수년간 연구개발비 증가율이 크게 줄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지 못한 문제다.

한국의 GDP 대비 총 연구개발비는 지난 2014년 이후 감소 추세다. 앞서 2010년까지 연간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데 반해, 올해는 1.1%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체율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는 복지지출 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의무지출 비중이 확대, 재정운용의 경직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2021년까지 정부는 연구개발비의 연평균 증가율을 0.7%로 잠정 예정해두었다.

전체 연구개발비의 3/4은 민간에서, 나머지 1/4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 연구개발비가 중요한 이유는 방향성과 인프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간이 단기 목표 및 매출 증대의 목적을 두는 것과 달리, 정부의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성장 및 인재 역량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이러한 기조는 민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연구 다양화를 연구개발비가 쫓아가지 못하는데서 발생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민·관의 연구는 활발하지만, 변동폭이 제한적인 연구개발비는 폭넓은 연구 확대를 저해하는 양상이다. 현재 정부 연구개발비의 총량은 20조원 정도로 멈춰있다.

불안의 조짐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2006년 정부가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를 최초 발표한 이래, 한국의 순위는 12위에서 5위로 크게 상승해왔지만, 지난해에는 7위를 기록, 처음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과학자들은 정부가 연구개발비의 증액을 결정키 어려운 상황에서 역량마저 떨어지고 있어 국내 과학계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듯 정부의 연구개발비 제약이 커진 상황에서 곧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은 특히 다년간 상당한 돈이 드는 신약 개발 및 바이오 분야에 있어 치명타로 작용한다. 정부 연구개발 체계와 제도 전반에 있어 전향적 전환이 요구되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시급한 현안과 부동산, 민생 안정만으로도 힘에 부친 상황이다.

석유 매장량보다 얼마만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역량을 가졌는지가 해당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기술 및 응용은 얼마나 기본이 확고한지에 달려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진작부터 기초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왔던 선진국들의 과학기술 정책과 대조적으로 우리의 기초 과학 투자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며, 이마저도 위축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전 세계의 과학 기술 동향을 고려하면 우리가 갈 길은 멀지만, 최대 걸림돌은 이다. 연구할 돈이 없고, 당장 써먹을연구만을 중시하는 우리 과학정책의 근시안적인 방향성은 과학계의 오랜 불만이었다.

방법은 없을까?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는 이를 해결키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1. 과학기술 의사결젱체계의 전문성 제고 2. 기술혁신체계의 개방성과 유연성 강화 3. 연구제도의 여러 개선방안 모색 등이 그것.

1번 항목은 4월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소속 전문위원회의 역량 강화로 꾀할 수 있으며, 2번은 연구관리전문기관-과학기술분야 출연연-과학기술원 사이의 간극을 낮추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3번은 정부납부기술료 수입을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재투자토록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앞선 세부 항목에 앞서 요구되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의지라는게 과학계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계 원로 학자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나, 성과 보고를 위해 민간과의 경쟁 양상을 펴는 과학부처의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정부 예산은 한정적이지만 우리가 살 길은 결국 기초 연구 분야의 투자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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