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의 마약 투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의료기관 내 마약류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수원 장안, 국회 교육위원장)이 식품의약안전처에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의료기관에서 의료용 마약류 도난분실 발생 현황’에 따르면 병원 등에서 마약의 도난, 분실 사건은 2013년 22건에서 2017년 30건으로 5년 동안 36.3% 증가했다.
또한 각 국립대학병원에 제출받은 ‘최근 5년 간 마약류 무단 처방 및 투여 관련 감사 보고서’에서는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에서 의료진의 마약투여 사건이 드러났다.
먼저, 올해 2월 발생한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마약류 무단처방․투약 사건을 살펴보면, 간호사 A씨는 2017년 10월 30일부터 2018년 2월 7일까지 11명의 교수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ID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실제 투여량보다 많이 처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상처방 개수(119 앰플)보다 348개 많은 펜타닐을 처방해 본인에게 직접 투여했다.
당일 편취한 펜타닐은 당일 모두 소진하는 방법으로 1일 최대 10여개 넘게 투여했다고 진술했다. 펜타닐은 수술을 받은 암 환자 등의 통증을 경감하기 위해 사용되며, 모르핀이나 헤로인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진통 효과를 지닌 중독성 강한 마약성 진통제다.
해당 센터 소속 의사들은 시술 중 급박하게 마약 처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시술장 내의 시술보조 간호사에게 본인의 EMR 사용자계정과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시술 중 간호사에게 대리입력을 지시해 이를 수행하게 했으며, 처방된 약의 개수 및 용량 또한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간호사가 시술의의 사용자계정을 도용하여 펜타닐을 무단처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2016년 자체감사 결과, 마약류를 보관할 때 이중잠금장치가 설치된 철제금고 및 CCTV를 설치해야 함에도 내시경실 및 약국의 마약저장시설에 CCTV를 설치하지 않는 등 마약류저장시설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밝혀진 바 있다.
2016년 전남대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암 환자들에게 투약해야 할 페치딘을 빼돌린 뒤 10여회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사 결과 간호사는 주사기에 담긴 마약성분이 함유된 진통제를 다른 주사기에 조금씩 옮겨 담은 뒤 주거지 등에서 몰래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남대병원은 해당 간호사가 어떤 방식으로 마약을 습득해 어디서, 얼마나 투약했는지에 대하여 전혀 파악하고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자체감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마약류관리자 등 관련자 조사도 없었다. 전남대병원은 간호사가 스스로 자진신고해 경찰조사가 이루어졌고, 직후 병원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병원 내부 조사를 하지 않았고 자체감사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2013년 부산대병원에서는 임상 조교수가 해당 소속 과 레지던트 1년차 의사 2인에게 마약성 진통제 Targin을 구해달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간호사와 레지던트들이 사용처 및 사용 용도를 모른 채 아무런 조치 없이 마약성 진통제를 임상 조교수에게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진통제는 주로 말기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것으로 마약류 취급자도 업무 외 목적이나 처방전 없이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있다. 이 사건은 임상 조교수와 전공의의 엄격한 수직관계로 인해 수면 아래 묻힐 뻔 했으나 교수가 마약성 진통제를 빼돌리고 있다는 투서성 이메일이 병원 관계자 등에 배포되어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와 부산대병원이 특정 감사 조사에 착수한 결과 진상이 드러났다.
이찬열 의원은 “의료진은 마약류 취급이 잦아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은 반면, 폐쇄적 구조로 인하여 내부 고발 외에는 마약투여 행위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어렵다”며 “병원 내에서의 자정 노력과 약물관리 감독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