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한 티셔츠일 뿐, 원자폭탄 티셔츠가 아니다.”(T shirt For Liberty Not For Nuclear Bomb)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가 SNS에 붙인 해시태그입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입은 티셔츠를 미국 CNN, 영국 BBC 등 외신이 ‘원폭 셔츠’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반발이죠. 앞서 일본 아사히TV는 지민의 티셔츠를 문제 삼으며 지난 9일 예정돼 있던 방탄소년단의 ‘뮤직스테이션’ 출연을 하루 전에 취소한 바 있는데요. 그러나 그 이면에 한일간의 정치적인 갈등이 내포돼 있다는 해석이 잇따르면서, 방탄소년단의 이번 돔 투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아사히TV가 언급한 티셔츠는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타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에 노출된 것으로, 셔츠에는 원폭 투하 사진,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우리 국민의 사진과 함께 ‘애국심’, ‘우리 역사’, ‘해방’, ‘코리아’ 등의 단어가 영문으로 적혀 있습니다. 일본 극우 매체 중 하나인 스포츠닛산은 이를 ‘반일 활동’이라고 지적하며 방탄소년단을 비난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리더 RM이 과거 잡지 화보에서 착용한 모자와 가수 서태지와 함께 꾸민 ‘교실이데아’ 무대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RM이 쓴 모자에 나치를 상징하는 로고가 새겨져 있으며, ‘교실이데아’ 무대에서 쓴 깃발이 나치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인데요. 아미는 모자는 스타일리스트의 것이며 해당 사진은 이미 해외에서 논란이 돼 잡지사와 소속사 측에서 사과한 뒤 삭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교실이데아’ 무대에 대해서는 서태지의 팬들이 나섰습니다. 깃발은 나치가 아니라, 학교건물과 학위복 이미지를 사용해 억압적인 학교시스템을 상징한다는 설명인데요. 실제로 ‘교실이데아’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교육시스템을 비판하는 노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일본 극우 매체와 혐한 세력의 표적이 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달 있었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 때문에 한일간 긴장이 심화된 데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겁니다. 일부 팬들은 ‘뮤직스테이션’ 출연 취소 배후에 일본의 넷우익 단체인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온라인상에는 재특회가 13일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는 도쿄돔 인근에서 혐한 시위를 벌인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공연장에는 두 명 이상이 동행해라’ ‘가급적 한국어를 사용하지 말아라’는 지침도 공유됐고요.
여러 논란을 뒤로하고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 하네다 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했습니다. 같은 날부턴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는 도쿄에서는 극우 세력들이 주최한 혐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전범기인 욱일기를 들고 행진하며 “한국에 분노한다”, “한국과 단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긴장 속에서 시작되는 방탄소년단의 첫 일본 돔 투어. 타인과의 연대와 유대를 내세운 이들의 노래가 자신들을 둘러싼 혐오와 배척의 기운을 물리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