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건강보험 체납자 될 수 있어..사회안전망 강화해야"

"누구나 건강보험 체납자 될 수 있어..사회안전망 강화해야"

기사승인 2018-11-24 03:00:00

“누구라도 건강보험 체납자가 될 수 있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린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지원사업 보고회’에서 유화평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는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보이지 않는 가난이 많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4년 서울 송파구에 살던 일가족이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 사건’. 당시 세 모녀는 소득이 없었음에도 월 5만 원에 가까운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남겼다.

특히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이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유 활동가는 “상담했던 사례 중에 아픈 아이를 홀로 키우는 20대 한부모 여성이 있었다. 3년간 건강보험료 체납금이 140만원, 월 보험료가 5만 원 정도였는데 사정을 들어보면 월 5만 원까지 내지 않을 수 있는 경우였다”며 “상담을 통해 보험료가 잘못 부과된 것을 발견해 오히려 체납금은 환급받고, 월 보험료 4200원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분은 체납 때문에 2년 동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는데 고통받은 시간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느냐며 억울해 하셨다. 이런 사례를 접하면서 다양한 권리 찾기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인한 제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들은 병원에 가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복지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보험료 체납으로 통장을 압류당하면 통장에 들어오는 근로장려금, 임신·출산에 대한 보장 등 다른 혜택들이 자동으로 압류된다. 이런 현실에 대해 보험공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보편적인 보장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유 활동가도 “미성년자인데도 체납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의견을 더했다. 그는 “연대납부의무 때문에 두 살짜리 아이가 보험료 독촉장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이 문제가 알려지면서 미성년자는 연대납부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지만 아르바이트하는 미성년자는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아직 연대책임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를 구제하기 위한 공공의 역할은 부족한 실정이다. 아름다운재단과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 2016년부터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에 대한 상담·지원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오는 12월 종료된다. 

해당 사업에 참여했던 다흰(가명) 씨는 “한부모 가정으로 생활이 어려워지게 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건강보험료가 체납되면서 병원을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쉬웠던 점은 체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단이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뒤져 지원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사람들이 무한한 혜택을 받기만을 바란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아주 작은 도움만 있어도 자력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며 “생계형 건강보험 상담지원이 민간사업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이뤄졌으면 한다. 보험료 독촉만이 아니라 해결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정정화 서대문구 주민센터 금융복지상담사는 “채무문제로 상담하는 내담자 중 80% 이상이 건강보험체납이 같이 있었고, 취약계층에게 결손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분은 2%도 채 되지 않았다”며 “결국은 정보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이 되어야 하고, 공단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국민건강보험이 전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여전히 소외되는 국민들이 많다. 지난 3년간 지원사업이 현재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짚어보는 계기가 됐다”며 “국민의 행복과 건강이 개별적인 지원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을 통해 지켜질 수 있도록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