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하라고 하니 했지 뭘…”

“제로페이? 하라고 하니 했지 뭘…”

기사승인 2018-12-21 04:00:15

“제로페이? 자세히는 잘 몰라, 하라고 해서 했지 뭘”

제로페이 시행 첫날인 20일 점심이 지난 오후 3시께, 서울 중구의 명동 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 권모씨는 “서울시장도 오고, 시에서 하라고 해 (제로페이) 설치를 하긴 했는데, 사실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며 “오늘 제로페이로 계산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 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 대다수는 ‘제로페이’에 대해 안다고 답했지만, 실질적으로 QR코드를 설치해 결제에 활용하는 곳은 거의 전무했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없애기 위한 ‘제로페이’가 닻을 올렸지만 많은 개선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명동, 시청 등 지하상가에서 만난 소상공인 대다수는 ‘제로페이’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회현 지하상가는 상황이 더 나빴다. 상인들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제로페이’ 자체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전자 결제 서비스 자체가 낯설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의류매장을 운영 하는 송모씨는 “시 직원이 와서 홍보를 하고 가긴 했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며 “나는 핸드폰도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라서 매장에서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제로페이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시청 지하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손님 줄이 길게 늘어서는데 QR코드를 찍은 후 입금을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린다”며 “매장이 붐비는 식당가나 카페는 전혀 활용이 불가능 하고, 한가한 시간이나 사람이 덜 붐비는 의류 매장에나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11월 제로페이 설명회에서 분명히 개선 사항을 얘기했는데, 막무가내로 시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차라리 서울시에서 따로 카드사 만들거나, 기존 카드사와 협업해 개선하는 게 더 낫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 계속된 제로페이 홍보에 피로감을 느낀 상인도 있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서포터즈와 더불어 최근 2개월 모집 기간에 시 직원과 공사·공단 등 직원을 지하상가로 보내 제로페이 권유와 안내문 부착, 배포 등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여왔다. 

시청 지하상가에서 본 한 상인은 “내놓은 서비스가 좋으면 알아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나서서 쓰는 게 한국 사람인데, 홍보에 왜 이리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인 문제 개선은 외면한 채 홍보만 급급한 것 같아 답답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기자와 상인과의 대화를 듣고 제로페이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도 있었지만, 상인들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당에서 만난 회사원 장모씨는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나오는 제로페이 광고를 본 것 같긴 하다”면서도 “카드 결제가 익숙해진 상황에서 구지 QR코드 찍고 금액을 입력해 계산을 해야 할까 싶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도 현재의 제로페이 시스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회사원 권모씨는 “40%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카드사와 카카오페이에 비해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소상공인을 돕는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 다만 감정에만 호소해서는 제로페이 역시 반짝하고 말고 사라질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소상공인의 계좌로 직접 금액을 이체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네이버페이·페이코 등 간편 결제와 20곳 은행 앱을 이용해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계좌이체가 이뤄진다. 0%의 결제 수수료, 40% 소득공제 등이 핵심 혜택이다. 서울시는 내년 3월 구매자의 스마트폰 앱에 QR코드나 바코드를 생성해 스캔하는 방식도 추가로 도입할 방침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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