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1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28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으로 12억 달러(약 1조3566억원)을 요구했다. 마지노선으로는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 협정 유효기간 1년으로 하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는 1조원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대신 전년 대비 4.1% 증액된 금액인 9999억원(약 8억8300억달러)을 제시했다. 또 유효기간 협정을 미국이 제안한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안을 역제안했다.
미국 측은 지난해 말 외교 채널을 통해 ‘최상부 지침’을 전제로 12억달러까지 한국이 분담하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어떤 경우에도 10억 달러 미만은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부 지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사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연속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들은 미국과 미국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 “모든 부담을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 등 주장을 쏟아내며 거듭 방위비 분담 대폭 증액을 강조해왔다.
한미는 지난해 3월부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10차례나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해를 넘겼다.
지난 2013년 한국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5년 계약을 맺고 2014년 9200억원, 2015년 9320억원, 2016년 9441억원, 2017년 9507억원, 2018년 9602억원을 부담해왔다.
애초 미국은 지난해 기준액 9602억원의 2배인 16억달러(1조8104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방위비 분담금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