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병원계...월급 반납에 긴급대출까지

코로나19 직격탄 병원계...월급 반납에 긴급대출까지

1차·중소병원은 물론 대형병원도 허리띠 졸라매...4000억 규모 긴급자금에 신청만 1조원

기사승인 2020-05-07 03: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병원들의 돈줄이 막혔다. 1차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은 물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온 대형병원들도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동네병원과 중소병원들은 '코로나발' 존폐 위기에 처했다. 6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중소병원들의 일평균 외래환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소속병원 62개소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일평균 외래환자 수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올해 2월 평균 44.5명(-16.3%), 3월은 평균 88.9명 감소(-33.8%)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환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1월은 평균 2.3명(-5.9%), 2월은 2.9명(-8.2%), 3월은 평균 8.5명 감소(-24.8%)했고, 월 평균 매출액 변화도 1월은 평균 6만829천원(-4.3%), 2월은 8만3958천원(-8.4%), 3월은 평균 40만 4003천원 감소(-32.5%)한 것으로 확인됐다. 

1차 의료기관인 동네병원도 피해가 컸다. 대구·경북·광주·전남지역의 1차 의료기관 281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휴업 의료기관의 일 평균 외래환자 수는 1월은 0.6명 증가한 반면, 2월은 16.3명(-16.8%), 3월은 35.0명 감소(-34.4%)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매출액은 1월은 20만원 증가했지만, 2월은 680만5000원(-10.2%), 3월은 2926만1000원(-35.1%) 줄었다.   

의료진 및 직원의 자가격리(41.6%), 의료진 정부·지자체 조치로 폐쇄 및 업무정지(34.7%), 불안으로 인한 자진휴업(11.9%), 기타(11.9%) 등으로 휴업한 기관도 속속 나왔다. 휴업 기간은 대구 4.7일(33개소), 경북 6.7일(42개소), 광주 9.0일(2개소), 전남 3.7일(3개소)로 나타났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형병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외래 및 입원환자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4월 주요 보직자들이 나서서 임금의 10%를 4개월간 자진반납하기로 했다. 서울·부산·상계·일산·해운대백병원 등 인제학원 산하 5개 병원 임원과 보직자들도 최근 경영악화에 따른 고통분담에 나섰다. 인제학원 이순형 이사장을 비롯해 재단본부장, 의료원장, 각 병원 원장들은 급여의 25%를 자발적으로 반납했으며, 임원과 보직자, 부서장들도 급여의 9~15%를 병원 발전기금으로 선뜻 내놨다.

원내 감염 발생으로 한때 문을 닫았던 병원들도 폐쇄 충격파를 겪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교원 전원이 급여 10%를 병원발전기금으로 반납·기부했다. 병원 교수협의회 회원 135명이 의료진들이 급여의 10%를 3개월간 반납한데 이어 간호부, 약제부, 진료지원 등 팀장협의회에서도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4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의정부성모병원도 병원장과 부원장 등 보직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삭감 조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병원계 인사는 "의료기관은 아직 환자와 사투를 벌이는 최전방이다. 의료진과 직원들이 고생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경영 측면에서 버티는 힘이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장들이 융자를 받으러 은행을 뛰어다녀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의료기관들의 경영악화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지원책을 내놨지만 기대만큼은 못미치고 있다. 당초 정부는 4000억 규모의 의료기관 긴급지원자금과 7000억 규모 손실발생 보상금 등 총 1조 3805억 규모의 의료기관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병원들이 긴급지원자금으로 신청한 액수만 1조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계속됨에 따라 정부는 5월분까지 적용할 예정이던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을 6월분까지 1개월 더 적용하고, 전화상담·처방 운영에 따른 관리료를 진찰료의 30% 수준으로 추가 적용하는 등 개선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든 지난 주부터는 환자들이 오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어려움을 겪는 과들도 많은 상황"이라며 "또 대출을 원해도 신청이 안 되는 등 정부의 지원책이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특히 코로나 피해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분위기가 의사들의 걱정을 더한다. 말로는 의료진을 위한다고 하지만 허탈한 마음이 크다"고 꼬집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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