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작품 최초로 전미번역상을 수상한 제이크 레빈(Levine Jacob·35) 교수의 얘기다.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제이크 레빈 교수는 서소은, 최혜지씨와 함께 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를 공동 번역해 전미번역상을 수상했다.
전미번역상은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가 주관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번역 전문 문학상으로 1998년에 제정돼 매년 시와 산문 부문에서 뛰어난 번역으로 영문학에 탁월한 공헌을 한 번역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또 영어로 번역된 뛰어난 아시아 시 작품의 번역가에서 시상하는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도 수상하며, 해외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문학작품이 전미번역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유명 작품이 아니라 비주류 작품을 번역해 수상까지 하게 된 것은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는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작품이다. 레빈 교수는 김이듬 시인의 작품 20여 편을 번역해 왔다.
이후 한국문학번역원가 주관한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만난 미국 출판사 대표의 제안으로 번역을 맡게 됐다고 한다.
‘히스테리아’는 페미니즘을 다룬 시다.
레빈 교수는 외국인 남자로서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며 여성의 이야기를 번역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연세대에서 강의할 때 학생으로 만난 서소은, 최혜지씨와 함께 번역을 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작품이었지만 재미있고, 과감한 표현들로 인상 깊은 작품이어서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했다.
레빈 교수는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직역해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며, 작품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학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양에서는 한국의 문학 작품들은 진지하고 우울하다는 평이 강한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은데, 한국의 정서와 번역하는 언어에서 문화적 차이가 있어 그렇게 평가되는 것 같다. 특히 시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더욱 까다로운 작업이다. 한국 시 역시 재미있고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아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번역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빈 교수는 “작품을 번역한다는 것은 최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세계적인 문화를 이해하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번역이 큰 역할을 한다”며 “최근 한국의 문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위상이 높아졌지만, 고전이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 한국의 문학 작품이 한류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번역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이크 레빈 교수는 2012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세종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한국에 왔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상황 속에서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교수직을 그만두고 1년간 한국어 연수를 하고 서울대서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연세대에서 강사직을 지내다 2017년에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임용돼 활발한 번역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학번역원에서도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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