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성 취락은 조망과 방어에 유리하도록 구릉 정상부나 높은 지대에 지은 취락을 말한다.
양산 동산(해발276.8m)의 서쪽 구릉에 위치한 다방동 패총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처음 발견된 이래 1967년 국립박물관의 소규모 학술조사에서 골각기와 철기, 토기 유물과 도랑, 목책 등 유구가 확인됐으나 후속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전문 연구자들조차 상세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경상남도(도지사 김경수)는 양산 다방동 패총의 중요성을 인식해 ‘가야유적 국가지정문화재 승격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고 발굴조사를 추진했다.
발굴조사는 (재)경남연구원이 2020년 12월부터 수행했다.
이번 발굴지점은 유적이 분포한 구릉의 정상부와 동쪽으로 이어진 평탄지, 사면 부 일대이다. 발굴결과, 구릉의 가장자리를 따라 환호가 확인됐으며, 그 안쪽 공간에서는 원형주거지와 망루로 추정되는 고상건물이, 사면부에서는 패총이 확인됐다.
특히 환호 내 중앙부를 빈 공간으로 두고 주거지가 조성돼 있어 전형적인 고지성 환호 취락으로 밝혀졌다.
주거지에서는 연질과 와질의 항아리와 바리, 옹 등 저장용 토기가 출토됐으며, 패총에서는 먹고 버린 참굴, 백합 등의 패각이 두껍게 퇴적돼 있었다.
이번 발굴을 통해 지금까지 쓰레기장인 조개더미로만 알려졌던 다방동 패총이 낙동강과 양산천이 한눈에 조망되는 지리적 이점과 깎아지른 사면의 지형적 이점을 활용한 취락 유적임이 밝혀졌으며, 양산도 가야인의 생활무대였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23일에는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방동 패총의 발굴성과 검토와 보존방향 설정을 위한 학술자문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발굴현장을 둘러본 임학종 경남도 문화재위원은 "양산의 가야시대 생활상을 추적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국립박물관 조사 후 반세기만에 발굴이 재개된 것은 퍽 다행한 일로 가야 생활유적이 드문 만큼 체계적인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영식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경남의 가야사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유적으로 밝혀지는 경우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국가문화재로 지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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