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지정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현장 평가는 지난달 26일 금천면 나주배박물관 PPT 발표와 3대째 전통농법으로 배 농사를 지어온 금천면 원곡리 이병곤 농가 방문‧시연으로 진행됐다.
농가 현장을 찾은 심사위원단은 나주 배 고유 농법 중 수리 및 저장 체계인 ‘암거배수’와 ‘반지하저장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암거배수’(暗渠排水)는 흄관 방식의 전통농법 수리체계로 대지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약 60cm의 토관(내경 10cm)을 배수로에 설치하고 그 위로 자갈, 모래, 볏짚과 같은 유기물을 차례로 덮어 토대를 다진다.
이어 시누대 다발을 토관 사이사이에 세워 자연스럽게 물을 암거 배수구에 따라 흐르게 한다.
토양 배수가 관건인 나주 배 재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법으로 구릉지에서 평야까지 배 재배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배수가 불량한 곳에서 쓰였다.
항아리 속 왕겨를 넣어 배를 저장하는 항아리저장법에서 진일보한 ‘반지하 저장법’은 명칭 그대로 땅을파고 반지하에 배를 보관하는 방법이다.
적정 온도(14℃)와 습도(95%)를 유지해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배를 저장할 수 있어 현대적인 저온저장고가 상용화되기 이전의 배 저장법으로 널리 행해져 왔다.
이외에도 심사위원단은 초생재배법, 천연퇴비법, 발연법 등 나주만의 배 재배 농법 시연 현장을 두루 살폈다.
이번 현장평가 결과는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자문위원회를 거쳐 이달 중순 경 최종 지정 발표될 예정이다.
나주시는 반세기 역사를 가진 전통농업유산인 나주배의 가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에 ‘영산강 나주배 농업유산시스템’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신청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7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과의 업무협약 체결 및 민관 TF팀 구성, 농가‧주민 간담회를 개최하며 유산 지정의 당위성과 절차적 체계성 확보에 힘써왔다.
이어 10월에는 1차 농업유산자문위원회 회의 발표 이후 2차 현장 평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국가가 보전하고 전승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농업유산을 뜻한다. 100년 이상 농업‧농촌지역 환경과 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며 형성시켜온 유‧무형의 농업자원이 해당된다.
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농촌의 다원적 자원을 보전하고 이를 전승‧활용하는데 필요한 자원조사와 관리계획 수립, 주민교육 프로그램 추진 등에 3년간 10억 원 규모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나주시는 세종실록지리지(1454년), 호남읍지(1871년) 등 역사 문헌에 기록된 나주 배 농업의 역사성과 지속성을 비롯해 지역 고유의 전통재배농법과 변천사, 배 농업 계승 노력, 생태적 보존 가치 등을 심사위원단에게 적극 어필했다.
나주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454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주목의 토공물(土貢物) 목록에 나주배가 포함돼 있는데서 찾아볼 수 있다. 1871년 발간된 '호남읍지'에서도 나주배를 왕에게 바친 진상품으로 기록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영산강 나주배 전통농업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배 농업 전통문화 보존뿐만 아니라 배 주산지 명성 유지와 브랜드 가치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현재까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는 전국 15개(소)가 지정됐으며 이 중 전남도는 5개소(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밭, 보성 전통 차 농업시스템, 장흥 발효차 청태전)로 가장 많은 국가중요농업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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