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무왕이 나라를 세울 당시 밤잠을 잊은 채 정치에 몰두하며 항상 선정을 펴자 나라가 번영했다.
어느 날 오랑캐 여나라에서 조공과 함께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 진귀한 개를 선물로 보냈는데, 무왕은 이에 푹 빠져서 정사를 돌보지 않게 됐다고 한다.
염려한 동생 소공이 무왕에게 한 마디 간언을 올렸다.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功虧一簣). 산을 쌓는 데 있어 구인(九인)의 높이에 달하게 됐더라도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공이 한꺼번에 무너진다는 뜻이다.
이 간언을 듣고 정신을 차린 무왕은 다시 정치에 온 마음을 기울여 나라를 일으켰다.
소공의 말처럼 마지막으로 흙 한 삼태기만 덮으면 되는데, 흙 나르기를 그만둬 산 전체가 무너진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법이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재난이 1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삶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소상공인 매출이 급감한 반면 온라인 쇼핑 매출은 오히려 늘었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회식문화도 이전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배달시장은 코로나 특수로 크게 성장하고, 관광, 문화산업 역시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전환을 맞고 있다.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일상 회복의 희망이 보이고는 있으나, 향후 몇 년간은 계속해서 대규모 유행이 반복되리라는 전문가의 예측도 적지 않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거제시도 지난해 8월과 12월, 그리고 올해 3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친 대유행의 위기를 겪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한 달 새 무려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지역 내 모든 것을 멈춘다는 각오로 방역에 온 힘을 쏟았다.
연이은 단계 격상과 지역 인구의 반에 해당하는 10만여 명의 진단검사, 실시간 방역 대응으로 의료진과 공직자, 거제시민 모두가 뼈 아픈 시간을 보냈던 그 3월은 아마 우리에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현재, 거제시 코로나 상황은 꽤 안정적이라고 판단된다. 확진자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4월 들어 확연하게 감소세로 돌아섰고, 간간이 나오는 1~2명의 감염 사례마저도 해외입국자나 자가격리 중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로 방역 통제망 안에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평온함이 금방 또 깨져버릴까 우려스럽다.
지금도 전국의 확진자 수는 연일 하루 7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인근 경남지역에서 코로나 확진 양상이 두터워지고, 전국적으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상황은 더 녹록지가 않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친지 단위의 모임, 방문 등 행사로 인해 외부 접촉이 증가한 점도 큰 불안요소로,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간 발생한 대유행 속 집단감염의 주원인은 대부분 경계심의 느슨함에서 야기됐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마스크 착용, 개인 간의 거리 확보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소홀히 했을 경우 이는 곧장 전체방역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칫 경계를 풀고 방심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3월의 위기가 반복될 수 있으며,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방역 탑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25만 거제시민은 3차례 대유행의 고난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이런 위대한 저력으로 ‘일상의 회복’이라는 공든 탑을 완성하기 위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방역에 동참해줄 것을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소한 방심이 지금까지의 노력을 모두 허사로 만들 수 있다는 ‘공휴일궤’를 우리 모두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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