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조리실무사 충원, 의회-노조 갈등 심화

전남교육청 조리실무사 충원, 의회-노조 갈등 심화

이광일 의원 “효율성‧시기 부적절…학생 실력 향상에 투자해야”
학비노조 “‘신규채용’ 노사 합의된 문제” 배치기준 완화 요구
상임위 점거 두고 부정적 영향 확대 “노사합의는 노조-집행부 문제”

기사승인 2021-06-07 17:13:47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남지부 조합원들이 전남도의회 1층 총무담당관실 앞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남지부]
[무안=쿠키뉴스] 신영삼 기자 =전남교육청 조리실무사 충원 예산을 두고 노조와 의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3일 열린 제353회 정례회 3차 상임위에서 전남교육청이 2021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된 조리실무사 53명 신규충원을 위한 인건비 5억2000만 원 전액을 삭감했다.

교육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업일수 감소와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어 조리실무사 충원은 적절하지 않다며,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전남지부가 의회 점거 농성과 성명 발표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며 삭감 예산 반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3일, 도의회 상임위원실 앞을 점거한 4명의 노조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바닥에 눕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광일(여수1, 민주) 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학력은 낮아지고 학력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조리실무사 충원보다 학력 향상을 위해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2021년 전남교육청 예산은 내국세와 학생 수 감소영향으로 작년 대비 2270억 원이 줄었고 교육청 인건비는 총예산의 64%를 차지해 학습프로그램 등 학력 향상을 위한 사업 예산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부세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전남의 학생 수는 2019년 21만2092명에서 2021년에는 20만2611명으로 9481명이 줄었고 2024년까지 9964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조리실무사는 2019년 2308명에서 2021년 2390명으로 91명 증가했으며, 지난해 조리실무사 배치기준을 학생 150명 당 1명에서 유‧초등학생 140명 당 1명, 중‧고‧특수학교 학생 130명 당 1명으로 하향 조정해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광일 의원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수업일수가 190일에서 평균 170일로 20일이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코로나19가 지속된다”면서, 수업일수와 학생 수 감소세에도 조리실무사 충원은 예산효율성과 집행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타‧시도교육청 조리실무사 평균 근무일수가 290일 정도지만 전남은 320일로 타 시‧도보다 30일 정도 많다”며 “실제 조리하는 급식일수가 190일 것을 감안해도 근무일수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타 시도의 경우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방학 동안 출근 일수는 청소일 4~5일인 반면, 전남은 매일 출근해 급여일수를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조리업무는 학생 수와 근무환경에 따라 노동 강도가 차이가 난다”며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해결방법이 아니라 환경개선을 시키는 방안과 노동 강도의 완화를 위해 균형 잡힌 인사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학비노조 전남지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조리실무사 1인당 식수인원 기준 변경과 이에 따른 신규 채용은 노동조합과 도교육청이 세 차례에 걸친 협약을 거치며 오랜 시간 타당성을 검토해 마련한 것”이라며 교육위원회를 규탄했다.

전남지부는 “도교육청이 향후 조리실무사의 자연 감소와 전보 등 대안을 이야기하고 노사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 의무까지 언급했음에도 도의회가 가진 예산 승인 권한만을 앞세우는 민주당 교육위원들의 예산 전액 삭감 결정은 비상식을 넘어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7일에도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한 반박성명을 통해 ‘학교급식 노동자를 무시했다’며 이광일 의원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 의원의 ‘균형 잡힌 인사 기준’에 대해 “결국 힘든 곳 돌려막기 하라는 것”이라며 “늘어나는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한 산재, 급식실 직업암 발생 등 해답은 돌려막기가 아니라 배치기준 완화”라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수업일수 감소 지적에 대해 ‘코로나19에도 전남은 85% 이상이 등교했고, 장 교육감이 전면등교를 발표했다’면서 ‘코로나19로 위생 강화, 배식시간 증가, 청소 등 급식실 업무량이 오히려 늘어 수업일수 운운은 현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전남지부는 또 예산 삭감 민주당 교육위원들을 규탄한다며, 민주당 전남도당이 책임지고 원래대로 전액 편성토록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남지부는 지난 3일부터 도의회 현관과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의회 관계자는 “합법적인 창구를 통하거나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인데, 지역에서 의원들에 대한 망신주기를 한다거나 의회를 점거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압력을 가한다면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사합의는 노조와 집행부의 문제이지 의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아니다”며 “노사합의를 이유로 의회 의결을 문제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남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안은 오는 10일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차 상임위에서 의결된다.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