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이성자 화백, 생애·작품 활용 방안 다룬 학술논문 처음으로 나와

경상국립대 이성자 화백, 생애·작품 활용 방안 다룬 학술논문 처음으로 나와

기사승인 2021-06-09 12:29:56
[진주=쿠키뉴스] 강연만 기자 = 그동안 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진주 출신 한국 추상화가 1세대인 이성자 화백의 생애와 작품 활용 방안을 다룬 학술논문이 처음으로 경상국립대에서 나왔다. 

경상국립대 인문도시사업 외래교수인 안영숙 박사는 '결혼이주여성의 동기부여와 콘텐츠 개발 필요성 제언: 화가 이성자 작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글로벌문화콘텐츠'(제47호, 2021년 5월)에 발표했다. 


안영숙 박사는 그동안 경남의 문화사를 인문사, 예술사, 생활사로 분류하여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 각각의 영역에 맞게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경남지역 예술사의 한 영역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경남지역 출신 화가들의 인문학적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특히 이성자의 생애를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 중 일부인 '초월'과 '일무(一無)'를 철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려고 노력하면서 레비나스의 타자철학과 파르메니데스의 '일자(一者)'와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인간 본연의 자세를 그의 작품에서 찾고자 했다. 

그 결과 주로 정책적인 문제 중심으로 진행돼 온 기존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논의가 보다 근원적인 것에서 출발할 것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이성자를 모델로 제시했다.

이성자는 지난 1918년 출생해 1951년 프랑스로 떠나 그곳에서 처음으로 미술 기법을 배웠고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는 동양에서 온 낯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할 고충도 많았다. 당시 대부분의 화가들은 국내에서 미술 기법을 배우고 화가의 길을 걷는 과정에서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하나의 과정이었는데 이러한 그의 환경은 오히려 국내 화가들에게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 

한국에서 미술을 배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들은 프랑스에서 대외적인 행사를 치를 때 자신들은 '화백'이라 칭하면서 이미 프랑스에서 활동해 온 이성자에게는 '마담'이라고 부르면서 한국 화단에서 소외시켰다. 

그녀는 이러한 한국 화단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으나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결국 이성자는 정착하고자 했던 프랑스에서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조국에서도 언어적 차별, 문화적 차별을 겪어야 했다.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정서를 알 수 있는 이성자의 이러한 회고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한국사회에 정착하고자 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것과 공통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성자가 프랑스에 정착할 때까지 불합리한 차별과 개인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은 현재 한국사회에 정착해야 할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성자를 결혼이주여성들이 당당한 한국 국민으로 삶을 영위하는 데 롤모델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본 이유다. 

이성자를 결혼이주여성들의 제2의 행복한 삶 추구 롤모델로 선택한 이유는 첫째, 한국인들에게 직접적인 차별을 겪는 것과 다르지 않은 점, 둘째, 여성이라는 공통분모와 모국을 떠났다는 공통점, 셋째, 모국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점 등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성자의 생애와 작품이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이성자가 30대 이후에 고국을 떠났다는 점, 프랑스어를 구사할 줄 몰랐다는 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붓을 잡고 그림을 배워 화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점 등이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총체적인 어려움을 이해하고 꿈을 실현하는 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내외적 갈등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점에서 화가 이성자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롤모델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보았다. 

안영숙 박사는 결혼이주여성들도 결혼비이주여성들과 동등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영숙 박사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동기부여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문화예술 향유를 제시하고 이성자의 생애와 작품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들이 누려온 것들을 억압하면서 다른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을 통해 이것을 예방하자는 주장이다. 

결혼이주여성들처럼 자신의 나라를 떠나면서 겪게 되는 심리적·환경적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교감 지점이 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겪는 고통이나 결혼 적령기와 결혼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다면 화가 이성자의 모든 것은 결혼이주여성 중심의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특히 이성자의 철학적 사유인 '초월'을 통해 위와 아래, 남과 여, 선진국과 후진국, 백인과 유색인종, 유럽과 아시아 등의 분리된 인식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철학적 메타포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분리된 사고가 차별을 양산한다고 보았던 것이 이성자 화백이고 작품 '은하수'를 통해 이것을 실현하고자 했다고 보고 결혼이주여성들의 동기부여 프로그램에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실제 논문에서는 이성자의 작품 11점을 철학적 관점과 문화콘텐츠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직접 분석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활용 방안까지 마련하였으며 결혼이주여성들이 동기부여 과정에서 어떤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이성자 작품에 대한 시대 구분은 구상시대-추상시대-여성과 대지시대-중복시대-도시시대-음과 양, 초월시대-자연시대-대척지의 시대-우주시대로 나뉘는데, 안 박사는 주로 초기를 중심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작품을 다루었다.

무엇보다 안영숙 박사는 "결혼이주여성들도 사회적 공공재를 자유롭게 누릴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한편 그 방법으로 예술체험을 통한 동기부여 역시 이것들을 고려하는 가운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비고츠키의 사회 안에서의 정신과 관련된 논의들을 토대로 삼고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이성자의 삶과 활동을 콘텐츠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안 박사는 "문화의 가치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할 때 의미가 있다"라고 말하면서 "지역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강단학문이나 이론적 논의 대상으로 문화예술인들을 다루어 왔던 기존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추구해 온 가치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진주 출신 이성자 화백의 생애와 작품의 가치를 조명하고 그것을 콘텐츠화해 결혼이주여성들의 동기부여에 적용하고자 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영숙 박사는 경상국립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레비나스의 윤리학 연구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안 박사는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해 '한국 현대축제의 효시 개천예술제-재맥락화로 축제 이론을 세우다'(지식과감성#)를 발간했다.

kk77@kukinews.com
강연만 기자
kk77@kukinews.com
강연만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