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결국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수장마저 논란의 한복판에 소환됐다. 이른바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불붙으면서다.
국민의힘은 박지원-조성은 관계를 연결고리로 삼아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을 ‘박지원 게이트’로 규정짓고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정치공작에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에 더해 공갈 협박론까지 꺼내 들었다. 본격적인 ‘판 흔들기’에 나서며 출구를 찾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정보위원인 하태경·김기현·조태용·신원식 의원은 15일 성명을 통해 “국가 정보기관 수장의 직위도 잊어버리고 야당 대선 후보에게 소위 까불지 말라는 식으로 경고했다”며 “조폭과 같은 공갈협박 발언을 하고 있다”고 박 원장을 비판했다.
앞서 박 원장은 국정원 배후설에 맞불을 놨다. 그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배후설을 제기한 윤 후보 측을 향해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느냐”고 경고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도 거론했다. 해당 사건은 윤 후보가 자신의 최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 전 서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박 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국회에서 내가 먼저 터뜨렸다”며 “봐주려고 한 적 없고, 관련된 모든 자료를 다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박 원장의 발언이 대선주자를 향한 노골적인 협박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린 박 원장이 국정원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도 비판했다. 윤석열 캠프의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윤 후보가 윤우진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은 이미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통해 확인됐다”며 “박 원장의 발언은 공갈 협박이자 정치개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원장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박 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미 드러난 자료들만 해도 (박 원장의) 정치개입 혐의가 충분하다”며 “꼬리를 밟은 것이 아니라 꼬리가 잡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장이 국정원장 지위를 이용해 협박까지 일삼는다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박 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제보사주’ 의혹을 띄우며 박 원장 개입설에 무게를 실었다. 박 원장과 고발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의 사적 만남이 알려지면서다. 조씨가 박 원장을 만나기 전날 110개 가량 파일을 다운로드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파일은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 캡처본과 ‘손준성 보냄’이 표시된 최초고발장 이미지 등이다.
박 원장의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14일 이번 의혹의 제보자인 조씨와 박 원장이 국가기밀을 공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사를 촉구했다. 박 원장이 올해 2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발언한 내용이 비슷한 시기 조씨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박 원장이 국정원 대외기밀성 내용을 조성은에게 전했음을 짐작케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치권은 야권이 검찰총장만큼의 위력을 가진 인물을 골라 국면 전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사주 고발 의혹보다 박 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주고발 의혹은 사안이 워낙 복잡하다”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파장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박 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영향이 클 수 있다. 과거부터 중앙정보부·국정원을 향한 피해 의식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박 원장에 대한 의혹 제기는 여권 전체에 프레임을 씌우는 야권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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