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핀테크 업권은 다양한 변화를 맞이했다. 머지플러스 사태로 촉발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비롯해 온라인투자금융연계업법(온투업법) 도입이 올해 이뤄졌다. 또한 ‘동일업권 동일규제’ 원칙 등 그간 특례 지원을 받던 핀테크 업권이 견제를 받기도 했다.
현재진행형 ‘머지포인트 사태’…촉발된 전금법 개정안
올해 핀테크 업권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머지포인트 사태’다.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는 머지포인트는 ‘조건없는 무제한 20% 할인’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주로 상품권 및 구독서비스를 판매했다. 특히 티메프·티몬과 같은 대형 모바일쇼핑몰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편의점·대형마트·카페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렇다 보니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GMV(순 판매량)가 1000배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8월11일 머지포인트 운영사가 기습적으로 편의점, 대형마트 등의 결제를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일부 영세 로컬 매장만 남게 되다 보니 사실상 머지머니는 휴지조각이 됐다.
문제는 머지포인트 결제가 대부분 ‘연간 구독권’ 형식으로 판매가 됐다는 점이다. 결제할 때 마다 충전을 하는 것이 아닌 전체 결제 이후 꾸준히 포인트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머지머니를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 속 큰 돈을 내고 구입한 구독권을 환불하려는 금융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회사측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은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손해를 전가하거나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경영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전금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된 이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사들을 비롯해 금융노조, 여·야간 의견 합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현재 금융당국은 전금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 8월 인사청문회와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전금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P2P’ 벗고 ‘온투업’ 새이름…2022년 본격 영업
그간 P2P(이용자 간 거래) 금융은 제도권 밖에 벗어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업법)이 도입되면서 P2P금융사들은 ‘온투업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됐다.
당초 ‘P2P금융’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 대출해주고 수익을 올리는 서비스를 말한다. P2P금융은 제도권 금융의 밖에 있었지만 지난 하반기 온투업법 시행에 따라 지난 8월27일부터 P2P회사는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등록해야만 영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초 구상했던 것과 달리 P2P금융사들이 기한 내 등록을 마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은 방침을 선회, 추가적인 접수를 받으면서 심사를 이어갔다. 12월 기준 정식업체는 총 33개 업체들이 있다.
통과된 온투업체들은 본격적인 투자유치를 통해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자산규모 기준 상위 3개사인 8퍼센트·렌딧·피플펀드가 유치한 투자금액은 현재 2674억1000만원에 달한다. 확보한 자금들은 중금리 대출모형 정교화나 인력 확보 등 경쟁력 강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온투업체 관계자는 “본격적인 업권의 영업은 2022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라며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계대출 수요에 맞춰 적극적인 중금리대출 보급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단 온투업 허가를 받지 못한 P2P금융사들은 문제로 남아있다. 온투업 허가를 받지 못하면 대부업으로 전환하거나 폐업 해야한다. 이들이 폐업할 경우 남아있는 채권이 제대로 된 투자자보호를 받지 못할 위험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상시 감독관을 파견하는 등 해결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사·핀테크 기싸움…금융당국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강조
2021년은 금융사와 핀테크 간 ‘기싸움’이 가장 치열했던 한 해였다. 금융당국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금융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핀테크와 금융사의 갈등이 가장 크게 터져나온 곳은 정부주도 ‘대환대출플랫폼’ 이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말 그대로 금융서비스의 ‘백화점’과 같다. 즉 하나의 플랫폼 안에 기존 시중은행의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상품을 나열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이는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금융위원회 핵심 정책이다. 하지만 대체로 찬성한다는 핀테크 업권과 달리 금융사들은 핀테크 업권이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논지로 반대를 거듭했다.
당초 지난 10월 출범이 예정됐던 대환대출플랫폼은 논의가 중단됐다 최근에 다시 재개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권 CEO들을 만나 핀테크와 금융사간 균형을 잡겠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밝히고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5일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 간담회에서 “대형 플랫폼에서 나타날 수 있는 데이터 독점·편향적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해 감독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같은 상황이 되자 핀테크 업권에선 불만이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권을 억제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 실제로 디지털금융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구성된 협의회는 지난 4월 7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됐다. 또한 카카오페이, 토스 등에서 제공하던 금융상품 추천·권유 서비스가 전면 중단·축소되기까지 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