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라 건축물 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하청업체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공사중단에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향후 원청인 시공사와 발주자 간의 공사비 문제로까지 확대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2일 전국 11개 건설사 19개 공사현장에서 연합회 회원사들이 골조 공사 중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원청 건설사에서 하청을 받아 건축물 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공사 중단에 들어간 것.
김학노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연합회 대표는 이번 공사중지에 대해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원자재 값과 인건비 인상으로 적게는 20%, 많게는 50%까지 계약대비 손해를 보고 있다”며 “하청사들이 상생차원에서 물가인상비를 반영해 달라고 원청사에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은 50%, 기타 잡자재 가격은 40% 가량 치솟았다. 작업자 인건비도 형틀 재래식 15%, 알폼 시공 30%, 철근 시공 10% 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추가 원자재 값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 연합회 측은 물가인상비가 반영되지 않으면 하청업체들이 줄도산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토로했다.
원청 건설사들은 하청업체들의 요구에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하청 업체들의 공사비를 높여줄 경우 늘어날 전체 공사비를 발주처가 동의해 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청 건설사 한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의 경우 공사비에서 철근과 시멘트의 원자재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주면 상당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재개발·재건축 공사의 경우 조합이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시공사 해임까지 나서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방배6구역 주택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9월 시공사인 DL이앤씨를 해임한 바 있다. 공사비를 두고 인상을 요구한 DL이앤씨와 조합간에 갈등이 격화돼 ‘공사계약 해지’라는 결과가 나온 것. 당시 DL이앤씨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제시한 근거 가운데 하나가 ‘물가비 인상’ 이다.
아울러 철근 및 콘크리트 이외에 마루판, 석고보드 등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점도 원청 건설사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요구를 들어줄 경우 다른 하청업체들의 요구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영향이다.
건설 원자재 값 인상을 두고 건설공사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자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큰 발주처는 정부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 원자재 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문제를 꺼내주지 않으면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공사비 인상 문제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며 “원자재 값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공사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합회가 공사중단에 들어간 첫날 대다수 원청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 문제를 다룰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는 협상에 들어간 건설 현장에 대해서는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