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미착용 후 사라진 이란 선수, SNS에 “의도 없었다”…우려 여전

히잡 미착용 후 사라진 이란 선수, SNS에 “의도 없었다”…우려 여전

레카비 “예정된 일정에 따라 귀국길”
이란 매체 “테헤란 도착하면 교도소 이송” 보도도

기사승인 2022-10-19 06:49:36
엘나즈 레카비. 사진=AFP, 연합뉴스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 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다 대회 마지막날 자취를 감춘 이란 여성 선수가 SNS에 해명글을 올렸다. 

18일(현지시각) 엘나즈 레카비(33)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경기 도중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히잡 미착용 의문사 시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나는 현재 팀원들과 함께 예정된 일정에 따라 귀국길에 올랐다”며 “국민들에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다만 AP통신은 “레카비가 게시물을 작성했는지, 그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종종 활동가를 압박하거나 TV에 출연시켜 자백을 강요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다. 

레카비는 지난 10~16일 서울 잠원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2 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레카비가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레카비의 경기 사진은 SNS를 통해 확산하며 이란 여성 인권을 외치는 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이후 돌연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국제대회에서 이란 여성 대표선수가 히잡을 쓰지 않거나 거부해 귀국을 포기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던 만큼 레카비가 경기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가 체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경기 마지막날 레카비가 자취를 감추고 당초 계획보다 빨리 이란으로 돌아갔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면서 그가 본국으로 강제송환됐다는 추정도 나왔다. 

또한 레카비가 테헤란에 도착하면 곧바로 에빈 교도소로 이송될 것이라는 이란 와이어의 보도도 나왔다. 에빈 교도소에는 히잡 의문사에 항거하던 반정부 인사가 많이 수용돼 있다. 이 매체는 레카비가 공항에 도착하면 국영TV가 그를 인터뷰할 것이라면서 “레카비가 TV에서 사과를 강요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주한 이란 대사관은 “레카비는 대회가 끝난 후 이날 오전 서울을 떠나 이란으로 향했다”며 “엘나즈 레카비에 대한 모든 가짜 뉴스와 거짓 보도 및 정보를 부정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레카비가 이란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테헤란에 도착한 후에도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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