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KBO리그 사상 최고의 우타자”

“이대호는 KBO리그 사상 최고의 우타자”

[이영광의 간(間)보기]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 기자

기사승인 2022-10-24 06:00:06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 기자(박동희 제공)

‘조선의 4번 타자’란 별명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이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이날 이대호 선수는 고별사를 통해 "덕아웃에서 보는 사직야구장 관중석만큼, 또 사직야구장 타석에서 들리는 부산 팬 여러분의 함성만큼 멋진 풍경과 힘 나는 소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절대적인 믿음과 응원을 보내주신 21년 동안 결국 팬 여러분이 꿈꾸고 저도 꿈꾸고 바랬던 우승은 저는 결국 이루어내지 못했다”며 롯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001년 2차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대호 선수는 KBO리그 1,972경기에 출전해 2,199안타, 374홈런 1,425타점을 기록했다. 또한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했다. 이대호 선수의 선수 생활 21년을 정리해 보고자 지난 13일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야구 선수”

-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가 8일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어요. 21년 선수 생활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대호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야구 선수죠. 그리고 많은 분이 알다시피 한국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최고의 선수였었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00경기 이상 뛰었던 선수예요. 만약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우타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이대호 선수 꼽고 싶어요.”

- 왜요?
“이대호 선수가 세워놓은 기록이 어마어마하잖아요. 이대호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이자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을 손에 쥐었어요. 또 타율, 타점, 홈런왕을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하는데 두 번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었죠. 무엇보다도 전 세계 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잖아요.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명성을 날렸어요,
특히 이대호 선수가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뛸 때 두 번이나 일본 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거든요. 한국인 타자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일본 프로야구에 있었어요. 물론 한국인 투수도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많았습니다만 일본 프로야구 투수들의 날카로운 제구에 한국 타자들이 기를 못 펼 것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대호 선수는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2년 그리고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2년 동안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했었거든요.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타자도 충분히 일본 프로야구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정말 최초의 사례였었고요. 그리고 이대호 선수가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일본을 떠나서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잖아요. 그래서 단지 현실에 안주하는 선수가 아니라 늦은 나이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면에서 이대호 선수를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우타자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자기 관리를 잘했나 봐요?
“그렇죠. 이대호 선수가 2001년에 6경기에 출전한 이후로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만 해도 경기 수가 100경기 넘지 못했는데 2004년부터 계속 100경기 이상을 출전했어요. 그런데 야구팬 중 이대호 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던 걸 기억하는 분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이대호 선수는 은퇴할 때까지 큰 부상 없이 계속 그라운드 뛸 수 있었는데 사실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거든요. 이건 자기 관리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평가 내릴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에요.”

- 뭔가가 뭘까요?
“물론 프로야구 선수로서 부상 예방 그리고 늘 때에 맞춘 훈련 그리고 영양 섭취, 수면 등이 자기 관리에 들어가겠습니다만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면 사생활이라고 봐요. 제가 프로야구 취재를 오래 했습니다만 이대호 선수는 사생활과 관련돼 들은 얘기가 한 번도 없거든요. 그만큼 사생활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더 좋은 활약 해주고 부상 없이 롱런할 수 있던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지 못해 아쉽다는 이대호의 고별사, 신선해”

- 이대호 선수는 은퇴 투어를 했잖아요. 은퇴 투어는 KBO 리그에서 약간 낯선 느낌도 있는데.
“은퇴 투어는 이승엽 선수가 은퇴할 때 했었죠. 그 이후 처음 한 거예요. 이승엽 선수는 모든 분이 인정하다시피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잖아요. 특히 사람들이 이승엽 선수를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 뭐겠습니까. 바로 국가대표 시절 태극마크 달고 대표팀에 계속 승리를 안겨줬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을 쳐왔잖아요. 이대호 선수도 마찬가지죠. 이대호 선수 별명이 조선의 4번 타자잖아요. 이대호 선수가 국제 경기에 총 41경기에 출전해서 타율이 3할 2푼 3리 7홈런 41타점을 기록했거든요. 워낙 국가대표 시절에 이대호 선수가 인상적 활약을 했기 때문에 팬들이 이승엽 선수와 이대호 선수를 거의 동일선상으로 생각했었고 KBO 역시도 이승엽 선수에 대한 은퇴 투어 해줬다면 당연히 이대호 선수도 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 같습니다.”

-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은 보셨어요?
“제가 가장 인상이 남았던 건 롯데를 한국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어야는데 그걸 못해서 아쉽다고 얘기했잖아요. 프로야구 선수는 자기 유니폼 뒷면 뒷면에 있는 등번호에 집중하면 안 돼요. 유니폼 뒷면에 있는 자기 등번호보다 유니폼 앞면에 새겨져 있는 팀명에 더 집중해야 되거든요. 아쉽게도 이대호 선수가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지 못하면서 아쉽게 은퇴했죠. 그런 미안함을 팬들에게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저는 굉장히 신선하게 느꼈어요. 이대호 선수가 못다 이룬 꿈을 나중에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돼서 풀면 그 그림도 멋지고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 프로야구 선수에게 우승은 어떤 의미일까요?
“프로야구 선수에게 우승은 본인이 연봉을 받는 이유죠. 모든 프로스포츠의 운영 원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챔피언이 되는 거고요 그 챔피언이 되는 과정에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면서 더 많은 팬을 확보하는 일이거든요. 그렇다면 선수들의 가장 원대한 목표도 챔피언이 되는 거겠죠.
우리 흔히 그런 얘기예요. 야구인들 만나면 통산 성적을 많이 얘기하죠. ‘형님 저는 2천 안타 출신이에요.’, ‘저는 홈런을 통산 200개 쳤습니다’라고 하는데 그 모든 선수를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건 손에 끼고 있는 챔피언 반지의 개수예요. 챔피언 반지가 많은 선수는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무시할 수가 없어요. 왜냐 팀을 챔피언으로 이끈다는 게 프로야구 선수의 존재 이유인데 자기가 그 존재 이유를 보여준 거잖아요.”

- 이대호 선수는 일본에서 소속팀을 우승시켰잖아요, 그럼에도 롯데를 우승 못 시킨 것에 대한 한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이런 거지 않을까 싶어요. 이대호 선수에게 본인이 뛰었던 롯데, 오렉스 그리고 소프트뱅크, 시애틀은 모두 본인이 늘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소속팀일 거예요.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본인이 프로야구 선수 데뷔했고 가장 오래 선 팀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의 고향 팀이 우승하는 게 그 어떤 소속팀보다 더 소중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뱅크에서 우승을 경험했습니다만 롯데에서 우송한 다음에 그런 기쁨을 더 느끼고 싶었을 거예요.”

“롯데는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를 배출한 팀”

- 롯데에서 영구결번된 게 최동원 선수 이후 두 번째잖아요. 롯데 구단 기준이 높은 건지 아니면 한국 KBO리그 영구결번 기준이 높은 건가요?
“원래 영구 결번이 어렵고요. 각 팀마다 영구 결번하는 가이드라인이 따로 돼 있는데 영구 결번이 되려면 그만큼 위대한 성적을 내야 되죠. 롯데에 그동안에 영구 결번자가 없었던 건 영구 결번을 할 만한 아주 위대한 성적을 남긴 선수가 거의 없었고 롯데의 우승이 1992년으로 30년 전이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영구 결번자가 많지 않았는데 이대호 선수가 최동원 선수 영구 결번이 됐잖아요. 이걸 보면 롯데라는 팀이 대단한 팀일 수 있는 게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 2명이 누구입니까? 선동열, 최동원이잖아요. 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 이승엽, 이대호잖아요.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와 타자를 배출한 팀이거든요.”
 
- 올해 이대호 선수 성적이 좋았어요. 적어도 1~2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은퇴라는 거죠?
“저는 이대호 선수가 올해 성적이 좋았던 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세상에 명예로운 은퇴는 없어요. 모든 야구 선수는 더 오래 마운드에 서고 싶고 더 오래 타석에 서고 싶어 해요.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은퇴하는 거잖아요. 은퇴 자체가 그 선수에게 명예로운 일이 아니라 슬픈 일이에요. 이대호 선수도 더 이상 타석에 설 수 없다는 게 슬픈 이기는 합니다만 본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성적을 내서 팬들에게 ‘역시 이대호’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떠나고 싶었을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롯데 자이언츠를 최소한 포스트 시즌이라도 끌고 가고 싶었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성적도 좋아지고 그걸 더 집중하고 은퇴 투어를 했잖아요. 은퇴 투하면서 본인이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보게 될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더 좋은 성적이 난 것 같은데요.”

- 이대호 선수는 원래 투수였죠,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건데 왜 전향 했던 거죠?
“제가 봤을 때는 투수로서의 가능성보다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 같은데요. 그때는 그 롯데 코칭 스태프나 아니면 롯데 프런트가 빠르게 잘 판단한 거죠. 그런 빠른 판단으로 대성한 선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빠른 판단을 하지 못해서 실패한 선수도 수 있어요, 저는 이대호 선수의 타자 전향이 롯데가 그 당시 때 했던 결행했던 결정 가운데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봐요.”

“이대호의 9경기 연속 홈런 기억에 남아”

- 만약에 투수였다면 이 정도로 스타가 됐을까요?
“아니에요. 저는 이대호 선수가 투수로서는 이렇게까지 성공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투수는 체중도 관리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타자는 굳이 체중 관리하지 않아도 됐으니 좀 더 자유롭게 선 생활 하는 데 있어서는 야수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 이대호 선수의 21년 선수 생활에서 기억에 남은 장면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저는 9경기 연속 홈런인 것 같아요. 9경기 가운데 제가 4경기 정도를 현장에서 지켜봤던 것 같은데요. 과연 진짜 9경기에서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마지막 9경기 때는 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저는 이승엽 선수의 56홈런 때만큼이나 굉장히 충격적이었었죠.”

- 이대호 선수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뭔가요?
“이대호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 40년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우타자였었고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상을 대변하는 최고의 타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면 이대호 선수가 현역 시절 동료 선수들을 위해서 일해야 될 자리인 선수회장 때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 그리고 불미스러운 오해를 사게 한 점은 옥의 티라고 봐요.
최동원 선수는 위대한 투수이자 위대한 선수였어요. 팀을 한국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개인 성적도 굉장히 좋았지만 본인보다 못한 2군 선수들의 처우를 위해서 집중했고 자기 지갑을 털어 선수회를 만들어 핍박받는 선수들을 보호하고 싶어 했거든요. 만약에 선수회를 결성하지 않았다면 최동원 선수는 더 좋은 활약을 오랫동안 보여줄 수 있는데 선수회를 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됐고 흐지부지 선수 생활이 끝났잖아요. 다른 선수로 자기 인생을 걸었던 최동원 선수와 이대호 선수를 같은 레벨로 둘 수는 없다고 봐요. 저는 이대호 선수가 위대한 타자이고 위대한 야수였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였습니다만 위대한 선수로 남기가 부족하다고 봐요.”

“이대호 후계자, 당분간 없을 듯”

- 이대호 선수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세요?
“이대호 선수와 향후 계획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아마 두 가지 길이 있을 거예요. 하나는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대호 선수를 찾을 거예요. 요즘에 스포츠 선수들의 예능 출연이 활발하고 또 인기도 많잖아요. 두 번째는 지도자의 길을 밟는 거죠. 전통적인 방법이죠. 지도자 연수 해외로 연수를 가서 거기서 코칭 수업을 하고 돌아와서 코치로 뛰다가 감독이 되는 케이스를 밟을 수도 있고요. 근데 저는 이대호 선수가 당분간 쏟아지는 예능 방송에 나와서 야구를 더 많이 홍보해서 좀 더 더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일에 조금 더 방점을 찍지 않을까 싶어요.”

- 이대호 선수 후계자는 누가 될까요?
“이대호 선수 후계자는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대호 선수만큼 맹활약 펼칠 선수들이 있겠죠. 대표적인 예가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 선수죠. 이대호 선수가 떠났기 때문에 많은 야구팬은 우리의 이정후 선수의 향후 활약을 집중적으로 봐야 될 것 같아요. 이정후 선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도 뛰어난 선수고 자기 목표도 확실한 선수기 때문에 이정후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와 그리고 발전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주자라고 봅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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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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