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교육과정 5‧18 삭제에... 광주‧전남 ‘분노’

개정 교육과정 5‧18 삭제에... 광주‧전남 ‘분노’

시‧도지사 교육감 등 각계 ‘역사 부정‧민주주의 후퇴’ 비판

기사승인 2023-01-04 15:44:14
교육부의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삭제되면서 광주‧전남지역 각계가 들끓고 있다. 국가정보원 공개 자료사진.
교육부의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삭제되면서 광주‧전남지역 각계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대중 전남교육감과 이정선 광주교육감, 지역 정치인 등은 4일 일제히 성명을 내 ‘역사 부정’,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함과 역사적 의의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인정했다”며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을 제외한 것은 5‧18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민주주의 정신을 명백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아직 아픔이 아물지 않은 5‧18 영령과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시대착오적 처사”라고 평가했다.

또 “고귀한 희생으로 이룩한 5‧18 민주화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는 없었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계승을 위해 교육과정 퇴행을 멈추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이후 추진할 교과서 작업에 5‧18 민주화운동을 최대한 담아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삭제는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삭제토록 한 책임자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관련 조항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광주학생독립운동,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으로 면면히 이어져왔다”며 “5‧18의 숭고한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 150만 광주시민의 뜻임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전남교육감은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후퇴”라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여부가 공론화된 상황임에도 교육과정에 이를 삭제하고 나선 것은 민주주의 교육의 후퇴를 초래할 뿐 아니라 역사를 부정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5‧18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사실이며, 그 숭고한 정신은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며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바른 역사교육을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도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사실이며 5‧18 정신은 행동하는 양심의 표본”이라며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22 개정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에 5‧18민주화운동을 명시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를 잊으면 미래가 없다”며 “5‧18정신이 우리 아이들에게서 잊혀지지 않도록 민주화운동 및 인권‧역사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정훈(나주‧화순) 전남도당위원장을 비롯한 20명의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국회의원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광주시민과 국민을 모욕한 행태라고 규탄하고 삭제 철회를 요구했다.

의원들은 “무슨 이유로 5‧18은 또다시 고통받아야 하는지, 윤석열 대통령의 ‘오월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다’라는 말은 사탕발림이었는지?” 따져 묻고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광주와 국민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도의회도 “5‧18민주화운동이 윤석열정권에 의해 토사구팽당한 꼴”이라며 “저항적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5‧18민주화운동의 정신과 가치에 대해 비하를 넘어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에서 삭제하고자 하는 저의가 심히 궁금할 뿐”이라고 밝혔다.

또 “이 땅의 수많은 피와 희생을 통해 이루어지고 지켜져 온 민주주의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하고 삭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분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전남도당도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겉과 속이 다른 언행 불일치의 대통령과 정부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분노를 넘어 참담하다”고 비판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정신이 서려있는 5‧18은 우리 국민이 민주화 과정에서 피로서 지켜낸 자랑스러운 역사적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5‧18 정신을 계승하는 것엔 여야와 진영이 따로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2일 고시한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기존 2018 교육과정에 포함됐던 ‘5‧18 민주화운동’이란 단어를 일괄 삭제했다. 교육부 측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서술을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으나,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기존대로 사용하면서 5‧18 민주화운동만 삭제해 각계각층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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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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