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끝나면 부모들은 아이의 세뱃돈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많게는 수십만원이 넘어가는 돈을 아이에게 그대로 맡기기는 불안한 상황. 그렇다고 ‘보관’이라는 명목으로 아이가 받은 세뱃돈을 회수하기도 난감하다. 이때 아이의 명의로 예금이나 주식 계좌를 개설해 주는 방법이 많이 활용된다.
22일 한화생명이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한화생명,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임직원 209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날 및 세뱃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세뱃돈으로 초등학생에게는 3만원, 중학생에게는 5만원,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는 10만원을 가장 많이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날 부모님과 할아버지‧할머니만 세배드려도 수십 단위의 세뱃돈이 생기고, 5~10명의 가족이 모인다면 생각보다 세뱃돈의 규모가 불어난다. 사실 아이가 받은 세뱃돈은 부모가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1.9%는 자녀의 세뱃돈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아이가 세뱃돈의 행방을 물어보면 궁색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이에 아이가 커서 여행자금이나 학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적금을 가입해주는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에서 자녀의 세뱃돈을 운용할 금융상품으로 예·적금(72.3%)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뒤이어 주식·채권 등 직접투자(14.7%), 보험(5.8%), 간접투자(5.7%) 순서를 보였다.
예·적금은 원금손실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금리가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이를 위한 예·적금은 주로 저축은행에서 많이 가입한다. 5000만원까지 원금이 보장되며,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동양 저축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은 5.3%(20일 기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적금의 경우 키움YES 저축은행의 3년 만기 금리가 5.7%(20일 기준) 수준이다.
예·적금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 주택청약종합저축, 소위 청약통장이다. 청약통장이란 매월 일정 회차 이상 납부하면 국민‧민영주택 청약 기회를 주는 주택 마련을 위한 저축상품이다. 시중은행 보다 낮은 2.1%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향후 자녀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추천되는 상품이다. 만 19세 이전에 납입한 금액은 총 24회까지만 납입이 인정되는 만큼 자녀의 나이가 17세 이상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평가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안전한 관리를 위해 예·적금을 선호하지만 젊은 자녀들은 예·적금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을 더 선호한다. 삼성증권이 고객 9629명과 17∼19세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 응답자 58%는 주식에, 41%는 예금성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선택했다. 특히 청소년 응답자 43%는 본인 명의의 주식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은 부모가 자녀 명의의 계좌를 운영 중이며, 나머지 절반은 본인이 직접 관리한다고 대답했다.
주식 투자에 문외한이라면 개별 종목 투자보다는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 투자부터 시도해 보는 것이 추천된다. ETF는 주식과 펀드 장점을 모아 놓은 상품으로 여러 종목으로 묶인 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분산투자 효과가 커 주식의 높은 변동성에도 일정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국내보다 해외 ETF나 종목에 투자하는 경향도 높다.
이밖에 은행에서 취급하는 연금저축펀드도 고려해 볼 만하다. 연금의 가입시점을 앞당겨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 부모가 미리 준비해 주고 성년이 되면 자녀가 스스로 연금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이 전용 상품도 출시돼 있다. 이 상품은 아이의 연령에 맞게 투자자산의 분배를 변경하는 TDF(Target Date Fund)로 운용되는 장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은행 예·적금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지식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자녀에게 소액이지만 투자 기회를 주고 운영하게 해 봄으로써 경험을 쌓아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