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키우는 일, 전남에선 ‘극한직업’

아이 낳고 키우는 일, 전남에선 ‘극한직업’

14개 시‧군, 분만 산부인과 없어 원정출산…담양‧곡성‧영암‧신안은 진료부터 ‘원정’
7개 군(郡)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없고, 병원 있는 8개 군도 야간진료 불가
전남 공공산후조리원 5개소 중 3곳 소아청소년 야간진료 안돼…의료정책 ‘엇박자’

기사승인 2023-01-26 08:02:48
해남과 강진, 완도에는 전남도가 지원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개설돼 있음에도 전문의 야간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야간 응급상황 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기대할 수 없는 등 전남도의 부실한 보건의료정책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사진=전남도]
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이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인상해가며 아이 낳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열악해 출산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남도와 시군보건소 등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남지역에서 운영 중인 산부인과 병‧의원은 53곳, 이 중 출산이 가능한 곳은 12곳에 그친다.

이들 12개 병‧의원이 운영 중인 지역은 목포시(2)와 여수시(3), 순천시(2), 광양시, 고흥군, 강진군, 해남군, 영광군 등 8개 지역이다.

나주시와 담양, 구례, 곡성, 보성, 화순, 장흥, 무안, 함평, 영암, 장성, 완도, 진도, 신안군 등 14개 지역에서는 인근 시군으로 원정 출산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산부인과 진료 가능 병‧의원조차 없는 담양, 곡성, 영암, 신안지역에서는 분만은 고사하고 진료부터 인근 시‧군을 기웃거려야 한다.

병‧의원의 도시집중도 심각하다. 산부인과 병‧의원 53곳 중 66%인 35곳이 목포시(13), 여수시(8), 순천시(7), 나주시(3), 광양시(4) 등 5개 시 지역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18개 병‧의원이 13개 군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산부인과뿐만이 아니다. 전문적인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이 없는 지역이 구례, 곡성, 담양, 보성, 함평, 진도, 영암군 등 7곳이나 된다. 이중 영암은 2곳에 소아청소년과가 개설은 돼 있지만,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개설 지역으로 분류됐을 뿐 전문의 진료는 불가능하다.

무안과 화순을 제외한 해남, 강진, 장흥, 고흥, 신안, 영광, 완도, 장성 등 8개 지역은 소아청소년과가 운영 중이지만 주간 진료만 가능해 야간에는 유명무실하다. 

그나마도 야간진료 시간이 대부분 오후 7시까지로 돼 있어 어린이를 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 퇴근시간을 감안하면 전문의 진료를 받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이들 지역에서는 아이가 야간에 아프면 응급실을 운영 중인 병원에서 아침을 기다리거나, 전문의 야간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인근 시‧군을 헤매야 한다.

특히 해남과 강진, 완도에는 전남도가 지원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개설돼 있음에도 전문의 야간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야간 응급상황 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기대할 수 없는 등 전남도의 부실한 보건의료정책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보호자의 간병이 필수적인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할 경우도 문제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아예 없는 7개 지역과 입원 가능한 병‧의원이 없는 장성까지 8곳은 인근 시군으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등 더욱 열악한 형편이다.

이처럼 전남지역 의료 현실이 열악하지만, 전남도의 문제 인식 수준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열악한 전남지역 의료 현실을 강조하며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유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기관 운영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전남도가 내놓는 보건의료 정책이 현실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해남군은 소아청소년과 야간진료를 위해 관내 병원에 전문의와 간호사 각각 1명씩의 인건비 3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저출생인구절벽대응 국회포럼 대표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서울 송파구병) 의원은 저출생과 낮은 의료수가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모자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의료취약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의료 확충과 적정 의료인력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진료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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