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금리상승에 따라 이자이익이 늘면서 15조8500억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2021년 14조5000억원의 돈을 벌어들인 이들은 2년 만에 30조원이 넘어가는 수익을 낸 셈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수익을 두고 금융지주들의 고객과 주주 모두 불만이다. 고객인 국민들은 고통 분담을, 주주들은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10일 각 금융사 실적발표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총 15조8500억원이다. 2021년 연간 당기순이익 14조5400억원 보다 1조3100억원(9%) 증가했다. 금융사별로는 신한금융이 4조6400억원, KB금융이 4조4100억원, 하나금융이 3조6200억원, 우리금융이 3조1600억원을 보였다.
금융지주들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배경은 미국발 금리인상과 함께 은행의 대출이자가 급등한 영향이다. 4대 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각 은행들은 지난해 이자로 32조5226억원을 벌었다. KB국민은행이 9조2910억원으로 가장 많은 이자이익을 거둬 들였다.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12조1300억원, 금융지주 전체 순익의 77%를 차지했다.
국민 여론은 금융지주들이 이자 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은 만큼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들도 이러한 여론을 인식하고 대출금리 조정과 함께 수수료 면제 등에 나서고 있지만 여론을 달래기는 부족한 현실이다. 국민 여론은 정부와 정치권을 통해 금융지주의 고통분담 요구로 전달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은 과점(寡占)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측면이 있다”며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 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과실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은행에 횡재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해당 사업연도 총 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소득금액을 20% 이상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최근 원유·식료품 등의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유·금융 등 일부 산업 부문이 전례 없는 횡재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는 반면, 서민들의 경제생활은 힘들어지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은행의 고객이 고통분담을 요구한다면 주인인 주주들은 수익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달라는 입장이다. 실제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7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공개서한을 통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했다.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 나설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지주들은 고객과 주주들의 요구를 모두 무시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민 여론도 주주 의견도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다”며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고객을 위해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주주를 위해 자사주 소각 등을 실시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들도 이자이익에 기반한 수익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라며 “알뜰폰이나 헬스케어 등 다양한 비은행 사업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