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의 은행업 진출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각 업권 협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 협회 회원사들은 업권 간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두고 협회가 적극적으로 업권의 입장을 대변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협회들도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본격적인 안건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에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 금융권 협회들이 각 업권을 대표해 참석하고 있다. 지난 2일 첫 회의를 개최한 실무작업반은 오는 6월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은행부터 증권, 보험, 카드 등 각 업권은 이번 실무작업반의 논의 결과에 따라 업권의 사업 영역이 조정될 수 있는 만큼 논의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은행과 상호금융권에만 허용된 법인지급결제 문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증권사에도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2일 “법인지급결제 허용은 증권업계의 10년 묵은 숙원사업으로, 우선적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반면 은행권은 증권업계의 법인지급결제 진출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최종안전판 부재로 인한 소비자보호 사각지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각 업권은 이같이 업권의 이해관계가 달린 민감한 문제가 은행 경쟁촉진이라는 명분에 논의되는 만큼 실무작업반에 참여하는 각 협회가 적극적으로 업권의 입장을 대변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제 논의가 시작된 시점에서 각 협회의 분석을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협회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킨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첫 회의에서 “신규 플레이어 진입 및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 과제별로, 구체적인 경쟁의 모습과 그 효과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협회와 연구기관에서 다음번 회의 시 이를 분석하여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의 이해관계가 달린 만큼 협회가 실무작업반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놓아주었으면 한다”며 “협회가 회원사의 분담금을 받아 운영되는 만큼 제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들은 회원사들의 이러한 요구에 다소 난감한 입장이다. 일단 논의가 이제 막 시작돼 아직 입장을 대변할 단계가 아니고, 논의 자체가 은행 경쟁 촉진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적극적인 입장 대변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협회 관계자는 “이제 첫 회의를 마친 만큼 아직 입장을 대변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일단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가 무리하게 업권의 이익 대변에 나설 경우 논의 취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 했다.
금융당국도 은행 경쟁촉진 방안을 최종 확정할 때 업권간 이해관계보다 국민의 효용증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앞서 “증권사 법인결제 허용 등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의 경우, 과거처럼 업권간 이해관계 측면이 아니라 국민의 효용 증진, 즉 은행권 경쟁촉진과 함께 금융안정,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