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 보여서 테니스? 포핸드 5분 만에 땀 뻘뻘 [테니스에 진심]

예뻐 보여서 테니스? 포핸드 5분 만에 땀 뻘뻘 [테니스에 진심]

실내 테니스장 늘어나 접근성↑
직접 해보니…다이어트 효과, 성장기 어린이에도 도움

기사승인 2023-04-18 06:00:09
12일 서울 강남구 한 무인 테니스장에 방문해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사진=임지혜 기자 

“예뻐서 테니스를 치는 건 아니에요. 회사 퇴근 후 테니스장에 가고 주말에도 연습해요. 사실 매월 테니스에 쓰는 비용도 부담인걸요. 그래도 계속 테니스를 하는 이유요? 직접 해봐야 알아요”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분홍색 등 테니스 코트 색이 예사롭지 않다. 연두색 공에 형형색색 라켓, 주름치마로 대표되는 테니스 복장까지. 인스타그램에 테니스를 검색하면 게시물이 100만개 이상 쏟아진다. 공공 테니스장을 예약하려면 오픈런은 기본이다.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평일 저녁과 주말 시간은 이미 예약 마감이다. 해봐야 테니스의 매력을 안다고 했다. 취재 중 만난 20대 박모씨의 말이다. 그 말에 이끌려 난생처음 테니스에 도전했다.

테니스 입문 1일차. 학창시절 배트민턴 좀 쳐봤다는 근거 없는 자부심 때문이었을까. 지난 12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한 무인 테니스장을 무작정 찾아갔다. 최근 곳곳에 생긴 실내 테니스장 덕분에 이전보다 테니스를 배우기 편해졌다. 남녀가 함께 경기할 수 있어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장소로도 꼽힌다. 24시간 영업하는 무인 매장에선 언제든 연습할 수 있다. 이날 방문한 실내 테니스장은 공간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용 시간만큼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시스템이었다. 30분에 1만9000원이었다. 여럿이 함께 이용하면 그만큼 대여 비용이 줄어든다. 원하면 전문가에게 강습이나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무인 테니스장에 들어서자 깔끔한 화이트 톤 인테리어와 투명 통유리, 보라색, 분홍색 코트들이 눈길을 끌었다. 공용 테니스 라켓이 있어 준비물이 필요치 않았다. 코트를 사용하려면 온라인 사전 예약이나 매장 키오스크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예약하면 휴대전화로 QR코드가 전송된다. QR코드를 모니터 화면에 비추면 ‘초보자’ ‘중급자’ ‘숙련자’ 등 레벨 선택 화면이 뜬다. 테니스는 처음이라 ‘초보자’를 누르고 ‘백핸드’ ‘포핸드’ ‘스트로크 좌우(포핸드와 백핸드가 번갈아 나오는 코스)’ 중 포핸드를 선택했다. 공 높이와 속도도 조절할 수 있어 공을 치면서 자신에게 맞는 수준을 찾으면 된다. 

무인 실내 테니스장에서는 모니터로 레벨과 코스를 선택해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모든 선택을 마치자 기계에서 공이 날아왔다. 힘껏 라켓을 휘둘렀더니 공이 라켓 중앙에 맞으며 ‘팡’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았던 탓일까. 숨이 차오르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10분 치고 주저앉고 말았다. 쉽게 볼 운동이 아니었다. 이날 함께 테니스를 처음 접한 직장인 정모(39)씨는 “너무 재미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비용도 골프보다 나은 것 같아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배우려 한다”고 했다. 테니스를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은 한 20대 여성은 옆 코트에서 열심히 강습받고 있었다. 전문 코치에게 강습받으면 뭐가 다를까. 궁금한 마음에 며칠 뒤 원포인트 레슨을 예약했다. 

테니스 입문 2일차,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 위해 다음날인 13일 경기 광명시 한 실내 테니스장을 찾아갔다. 30분(20분 코치 강습, 10분 머신기)에 5만원. 적은 비용은 아니다. 기본 자세를 집중해서 배우고 싶거나 정기 강습을 받기 어려운 경우, 지인들과 테니스를 치면서 부족한 점을 느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30분이 눈 깜박하는 사이 지나갔다. 사진 한 장 찍을 틈도 없었다. 선수 출신 코치가 일대일로 라켓 잡는 법부터 포핸드까지 알려줬다. 자세가 틀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줬다. 관절 인형이 움직이듯 동작마다 끊어졌던 스윙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워졌다. 동시에 제대로 라켓 중앙에 맞은 테니스공은 시원하게 네트 위를 넘었다. “공 맞히는 타이밍에 센스가 있네요” 칭찬은 테니스 입문자를 춤추게 한다. 더 열심히 라켓을 휘둘렀더니 팔이 저렸다.

실내 테니스장에서 열심히 테니스 연습을 하면 언젠가 야외 테니스장에서 랠리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테니스 초보. 사진은 야외 테니스장. 독자 제공

점심시간과 퇴근 이후 저녁, 그리고 주말엔 코트가 가득 찬다고 한다. 오후 시간엔 방과 후 테니스 수업을 받는 학생들도 많다. 가장 어린 수강생은 여섯 살이다. 이날 만난 A코치는 “테니스가 온몸을 쓰는 활동적인 운동이라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라며 “살이 많이 빠지고 성장판을 자극해주는 효과도 있어 부모 손 잡고 오는 학생도 많다”고 했다.

야외 코트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기하려면 적어도 6개월 정도는 꾸준히 연습하고 강습받아야 한다. 실내 테니스장에서 강습받으려면 월 20만원(주 2회) 안팎이 필요하다. 전문 코치에게 강습받기 전과 후는 달랐다. 처음엔 서 있는 것도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윙할 때 팔이 덜 아프고 자세가 편해졌다. 기본자세를 가르쳐 줄 지인이 없으면 몇 개월 강습받는 것도 추천한다.

전신 운동인 테니스는 부상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테니스 엘보’라고 불리는 팔꿈치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코치 A씨는 “코치 강습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몸이 다치거나 하진 않는다”라면서도 “동호회, 클럽 같은 곳이나 기존에 테니스를 치던 분들에게 자세를 제대로 배우면 괜찮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칫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 테니스를 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SNS 게시용, 예쁘고 멋진 테니스복을 입는 것이 테니스를 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테니스를 치며 땀 흘리니 스트레스가 풀렸다. 공이 코트 안에 들어갈 땐 쾌감이 느껴졌다. 젊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짬을 내 테니스를 치는 것이 이해됐다. 기사를 읽어도 잘 모르겠다고? 그럼 직접 테니스 라켓을 잡아 보는 것이 어떨까.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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