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일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함에 따라 소비자·소상공인·스타트업의 피해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경쟁 및 소비자 보호 당국으로서 방치할 수 없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금지 행위를 규정해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법 입법 추진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 위원장은 “독과점 플랫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장이 차단되고, 스타트업 등 다른 플랫폼이 마음껏 경쟁하는 시장환경이 조성되면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동시에 공정거래법 규율도 지속해나가야 한다”면서 “디지털 시장의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는 반칙행위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강화해 민생을 챙기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한 위원장은 “'하도급대금 연동제' 및 '가맹 필수품목 개선방안' 등 갑을 분야 주요 과제들이 국민의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반칙행위 감시를 해나가야 한다”며 “금융·통신 등 민생을 저해하는 담합·불공정행위 사건에는 더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올해 이슈 중 하나인 ‘슈링크플레이션’(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유지) 문제 등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한 위원장은 “숨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보제공을 확대하고, 소비자 보호장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 환경 변화에 발맞춘 대기업집단 제도 등 규제 합리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 위원장은 “대기업 집단제도는 시장 환경 변화에 맞게 균형 잡힌 시각에서 합리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공정거래위원회 가족 여러분!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금년은 청룡(靑龍)의 해입니다.
용(龍)은 한 해를 상징하는 12가지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서
하늘을 날고 구름과 비를 일으키며
왕에 비유되기도 하는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또한, 청(靑)이 뜻하는 푸른색은
매사에 빠른 속도로 임하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기세(氣勢)를 상징합니다.
2024년 한 해는
이러한 의미만큼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진취적인 자세로 뜻깊은 성과를 얻는
좋은 해가 될 것이라 희망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족 여러분!
올해에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여건은 녹록치 않습니다.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와
고금리에 따른 내수부진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이어졌던 경기침체로
각종 비용이나 리스크가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는 등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익성 악화에 따라
담합, 독점력 남용 등 경쟁제한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관행이 지속되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경제 각 분야에 경쟁원리를 확산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올해에는 다음 몇가지 사항에 더욱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첫째,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기반으로
‘민생’을 보다 세심하게 챙겨나가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고 경제정책의 핵심 타깃(target)입니다.
이분들이 더 굳건히 뿌리 내려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공정위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이를 위해
민생 현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가장 힘들어하는 불공정관행 문제나
제도 개선 수요를 찾아내어
신속하게 업무에 반영·추진해야겠습니다.
지난해 제도 개선 성과를 이룬
‘하도급대금 연동제’, ‘가맹 필수품목 개선방안’ 등
갑을분야 주요 과제들에 대해서는
단순히 법령 등의 문언 개정으로 그치지 않고
그 효과가 국민의 삶 구석구석 스며들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보완과 반칙행위 감시를
철저히 해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주거환경·먹거리·건강·일자리 등
민생 밀접 분야 담합행위에 엄정 대응해 왔듯이,
금년에도 금융·통신 등
민생을 저해하는 담합․불공정행위 사건에
더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40여년 만에 조사-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여
조사부서가 사건처리에만 전념하도록 개선된 만큼
민생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품질 제고에
더욱 힘써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또한, 우리 국민 모두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만큼
소비자 보호 업무 역시 긴요한 민생 과제입니다.
숨은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를바로잡기 위한 정보제공 확대,
소비생활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등
소비자 보호장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지속 추진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부당광고,
온라인 소비생활의 신뢰를 저해하는 각종 조작행위 등에 대한 모니터링도 더욱 면밀히 진행해야 합니다.
둘째, 디지털경제 시대가 본격화된 만큼
디지털 시장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에도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플랫폼 서비스는 이용자 간 거래비용을 낮추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등
우리나라 경제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이면에는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함에 따른
소비자, 소상공인, 스타트업의 피해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디지털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경쟁 및 소비자 보호 당국으로서
방치할 수 없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가칭)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에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관계부처 및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을 비롯한 국민들께
법 제정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설득해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독과점 플랫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장이 차단되고
스타트업 등 다른 플랫폼들이 마음껏 경쟁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도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공정거래법 규율도 지속해나가야 합니다.
디지털 시장의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는
반칙행위에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셋째, 대기업집단시책의 합리적 운용 과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부당내부거래는
빈틈없이 감시하는 한편,
대기업집단 제도는 시장환경 변화에 맞게
균형잡힌 시각에서 합리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지난 연말 발표한
동일인 판단기준 마련을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하여,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충분하고 신중히 검토하고,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기준 조정 과제도
전문가 의견수렴 등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또한,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CVC 외부출자 및 해외투자 규제개선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도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국회와 긴밀하게 협조해나가야 합니다.
넷째, 법집행 시스템 개선 과제도
지난해에 이어 보다 포괄적인 관점으로
지속해나가야 합니다.
그간의 노력이
공적 집행 부문에 초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이에 더해
민간 부문의 자율준수 및 사적 집행 활성화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의
유인구조 전반을 재설계하여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공정문화 확산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공정거래 분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인
분쟁조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공정거래분쟁조정법 제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여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구제가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친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가족 여러분!
가벼운 깃털들이
무거운 새의 몸을 날게 합니다.(우핵비육: 羽翮飛肉)
여러분 하나 하나의 노력이 모두 모여야
공정위가 힘차게 전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직원 여러분의 새로운 각오와 분발을
다시 한번 당부 드리며,
올해에도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구현을 위해함께 나아갑시다.
2024년을 시작하는 오늘,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고,
모든 일이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