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초등학교 때 돌봄 교실이 제일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엄마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고 학원에 가고 집에서 쉬는데, 난 혼자 돌봄 교실에 갔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만나고 싶었어.”
최근 워킹맘 홍모씨는 고등학교 2학년 자녀로부터 초등학교 때 돌봄 교실이 싫었다는 말을 듣고 크게 당황했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에게 돌봄 교실은 대기번호를 받고 힘들게 들어간 행운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이에겐 원치 않은 불운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오는 2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 1학년에 도입되는 늘봄학교가 정작 아이들에게 최선이 아니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반기지만, 아이들에게도 좋은 제도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긴 시간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홍모씨도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아이가 ‘엄마 나는 늘봄학교 안 보낼 거지? 엄마는 빨리 올 거지?’라고 물었다”라며 “학교에 혼자 남겨질까봐 불안해했다”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배모(10)군도 “학교에 오래 있기 싫다”라며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엄마랑 있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늘봄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수요는 높다. 교원단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초등학교 학부모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설문을 진행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0.48%p), 응답자 49.6%(매우 그렇다 30.9%·그렇다 18.7%)가 늘봄학교 도입에 찬성했다.
아이 걱정이 많고 바쁜 학부모에게 돌봄은 꼭 필요한 제도다. 돌봄교실을 이용했던 학부모 A(40대)씨는 “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가 학교를 끝난 뒤 횡단보도를 건너고 상가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걱정돼 학교 내 돌봄을 신청했었다”라고 털어다. 7세 자녀를 둔 학부모 B씨(40대)는 “사실상 업무량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유연근무제는 효과가 없다. 짧은 시간에 일을 빨리 끝내야 하기에 더 바쁘다”라며 “늘봄학교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은 학교 내 돌봄은 아이들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돌봄 이용 경험이 있는 A씨는 “아이를 데리러 직접 가보니 작은 교실에서 여러 가지 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다. 공간이 매우 좁고 추웠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둘째를 출산한 뒤에는 육아휴직을 하고 돌봄을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돌봄 주체인 교사들도 학교 내 돌봄은 최선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은정 충북 산남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학교에 혼자 남아있는 것을 어려워하기에 실제 저녁 돌봄을 신청하는 학생은 매우 적다”라며 “저녁 돌봄이 필요한 곳에만 가정 돌봄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사 C(30대)씨는 “수업이 끝난 뒤 돌봄교실에 가는 아이들을 만나면 가기 싫다고 말한다”라며 “학교 내 돌봄은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하는 공간일 뿐, 아이들이 행복한 시간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돌봄 계획을 봐도 목표와 계획이 달라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궁극적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건 가정 보육이다. 두 아이 학부모 김모(30)씨는 “자꾸 사회가 아이를 봐줄 테니 엄마 아빠는 일을 하라고 하는데 왜 아이를 국가에서 봐주려는 것이냐”라며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학부모 D씨도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와 함께이길 원한다”라며 “사회가 아이들을 봐줄 테니 부모들은 늦게까지 일하라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학년 특성에 맞는 돌봄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아무래도 이동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기에 학교 내 돌봄이 안전할 수는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긴 시간 교육하는 형태로 학교에 머물면 아이들이 버티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늦은 시간까지 남는 아이가 소수면 남는 아이도 힘들고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학교와 마을 돌봄을 함께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라고 귀띔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