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잠재 손실 규모가 3개월 사이 1조원 증가하며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자본력과 해외부동산 가격 낙폭 축소 등으로 충분히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금융감독원은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현황 관련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9월 기준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관련 기한이익상실(EOD)가 발생한 사업장은 25곳, 투자규모는 2조3100억원이라고 밝혔다.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EOD는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담보인정비율(LTV) 조건을 맞추지 못하거나, 공실률 증가로 임대수익이 줄어들며 발생했다. EOD 규모는 지난해 6월 1조3300억원에서 3개월 만에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금융권별로는 △보험 31조9000억원(56.6%) △은행 10조1000억원(17.9%) △증권 8조4000억원(14.9%) △상호금융 3조7000억원(6.6%) △여전 2조2000억원(0.5%) △저축은행 1000억원(0.2%) 순이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4.5조원(61.1%)으로 가장 많고, 유럽 10.8조원(19.2%), 아시아 4.4조원(7.9%), 기타 및 복수지역 6조6000억원(11.8%)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상호금융 업권은 3조2000억원(85.1%)을, 보험업권은 20조5000억원(64.2%)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개인투자자도 투자 가능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투자의 경우 임대형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공모 펀드는 21개고 설정액은 2조3000억원이다.
금감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는 8개로 설정액은 9000억원”이라며 “이중 이익 배당 유보 1건, 자산 매각 2건이 이뤄지는 펀드들의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가 총자산 대비 1% 미만이기 때문에 투자 손실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칠 금감원 전략감독 부원장보는 “주가연계증권(ELS)와 달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는 추가 대출을 일으키거나 후순위 대출자를 모집해서 만기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3~5년 정도 연장해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통해 부동산 가치가 회복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감원 차원에서 일부 해외 부동산 펀드 관련 민원에 대해 조사하고, 개별 금융사에서 집행한 부동산 투자가 적절했는지 등도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원장보는 “특정 펀드 손실과 관련해 민원이 일부 접수돼 있다”며 “손실 발생 가능성이나 펀드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해 충분한 공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긴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이 홍콩ELS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번질 경우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은 뒤 불완전판매 논쟁으로 이어진 전례가 꾸준히 있었던 만큼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서도 이같은 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긴 힘들다”면서도 “다만 홍콩 ELS와는 결이 다른 상황인 만큼 일단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해외부동산 사태에 대해 홍콩ELS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분산돼있고, 투자자도 개인이 일부 공모펀드에 있지만 대부분 기관투자자”라며 “피해 규모가 손실요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손실흡수능력도 훨씬 있어서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